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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티로봇, 경영권 분쟁 심화…주총 표대결 임박

이후섭 기자I 2018.07.26 12:30:00

다음달 임시 주총서 5명 이사선임 두고 표대결 예고
경영진 "단기차익 노리던 중국 주주 경영권 탈취 시도"
중국측 "경영능력 의문…삼보토건 지분매각 비정상 계약"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디에스티로봇(090710)의 최대주주와 경영진 간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다음달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양측이 제안한 이사 선임안을 놓고 표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경영진은 중국 주주가 이미 매각했던 경영권을 다시 빼앗으려 하는 과정에서 정상화되던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중국 주주는 경영진이 주도한 삼부토건(001470) 지분 매각이 제대로 된 계약이 아니라며 오히려 경영정상화를 위해 경영진을 교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다음달 16일 임시 주총…이사선임 표대결 예고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디에스티로봇은 다음달 16일 임시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주총에는 사물인터넷 솔루션 개발, 통신업 등 사업목적 추가를 위한 정관 변경과 더불어 이사선임 안건이 상정됐다. 디에스티로봇의 이사회는 기존 10명으로 구성됐는데 지난 3월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된 류둥하이·천징 사내이사의 재선임 안건이 처리되지 않았다. 또 3명의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함에 따라 현재 5명만 남아있다. 이에 경영진과 중국 주주 양측은 각자 5명의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후보를 올린 상황이다.

디에스티로봇의 현재 단일 최대주주는 중국 베이징링크선테크놀러지로 10%의 지분율을 갖고 있다. 지난 2015년 리드드래곤 유한챙임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디에스티로봇 지분 37.6%를 사들여 최대주주로 등극한 베이징링크선테크놀러지는 2016년 보유지분 28.13% 중 20.01%를 경영권과 함께 대덕뉴비즈1호조합 등 3인에 매각했다.

경영권 양도 당시 중국 주주들은 중국 로봇사업 시장 공략을 위해 디에스티로봇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려고 지분 일부를 남겨놨으며, 중국 측 인사 3명이 디에스티로봇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양측은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으나 지난 3월 중국 측에서 사내이사를 추가로 1명 늘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손영석 디에스티로봇 대표는 “중국자본은 경영권을 인수한 지 1년여만에 투자금 전액을 회수함은 물론 70%가량 수익을 챙겼다”며 “당시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확약서까지 썼는데, 현재 경영진에 우호적인 지분이 이에이투자조합(4%), 제이에이치홀딩스(2%) 등으로 쪼개져 있는 점을 노리고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부토건 지분매각…“우회장악 의도”vs“정상적 주식매매 아냐”

지난해 8월 인수했던 삼부토건(001470)의 지분 매각 과정에서 양측의 불협화음이 커졌다. 디에스티로봇은 지난 5월 디에스티글로벌투자파트너즈사모투자합자회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삼부토건 보유주식 전량을 우진(105840)에 넘기기로 했다. 매각금액은 266억원으로 약 66억원의 매각 차익이 예상된다. 손 대표는 “중국 주주들은 디에스티로봇을 통해 삼부토건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보였으나,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경영진 해임을 주장하며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삼부토건 지분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의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디에스티로봇의 보유지분에 대한 보호예수가 걸린 상황에서 정상적인 주식 매도 계약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주주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부법인 청담 관계자는 “보호예수로 인해 주식 매도가 불가능하니 예약 매매 형식을 취했다”며 “중국 주주가 경영을 감시하겠다고 하니 삼부토건에 대한 영향력을 제대로 행사하기 힘들것이라는 판단하에 급하게 의결권을 우진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삼부토건 주식 인수를 위한 금융비용, 지분매각 위임 대가로 지불한 26억원 규모의 비용 등을 제하고 나면 매각 차익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경영권 프리미엄도 반영되지 않은 가격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전날 서울지방법원에 주식매매 예약계약을 이행해서는 안된다는 이사위법행위유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경영권 분쟁에 경영악화 우려…1분기 적자전환

더불어 중국 측은 현 경영진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청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경영 전반에 대한 이견이 있었고 경영진에 대한 신뢰관계를 잃어 더 이상 맡겨놓을 수만은 없겠다고 판단했다”며 “경영정상화를 통해 디에스티로봇의 기업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달 임시 주총에서 표대결에 승리해 이사회를 장악하면 경영진을 교체해 전문경영인을 선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진은 중국 측에서 제기한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5년 디에스티로봇을 인수한 이후 중국 주주들이 약속했던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손 대표는 “지난 2016년 지분 인수후 경영진은 총 344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미국·중국 등 해외시장에 진출했고, 구조조정 등을 통해 실적을 개선시켰다”며 “경영권이 안정되니 거래처에서 물량을 주기 시작해 매출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연결기준 지난 2015년 272억원이었던 디에스티로봇의 매출액은 2016년 451억원을 거쳐 지난해 71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5년 14억원에서 지난해 44억원으로 2년새 3배가량 급증했다.

그러나 디에스티로봇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9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1.3% 감소했으며 영업손실 5000만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손 대표는 “지난 1월에 수립했던 경영목표상 올해 매출액은 800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이달 경영목표를 수정해 580억원으로 매출액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며 “경영권 분쟁에 따른 전반적인 경영불안감이 가중되고 영업이 위축되면서 회사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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