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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여파 산업계 전반으로…'타이어, 차량까지'

함정선 기자I 2022.06.08 18:11:59

시멘트 이어 레미콘 공장 멈춰서고 철강 출하 중단
타이어 운송 중단에 완성차 업계도 타격 예상
파업 여파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
경제 위기에 흔들리는 기업 어려움 가중

[이데일리 신민준 이후섭 박종화 함정선 기자] 화물연대 총파업 여파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멘트에 이어 레미콘 공장이 멈춰선 데 이어 타이어와 철강 등 제품도 생산 공장에서 출하가 중단됐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전국 건설 현장이 멈춰 서고 수출기업의 계약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차량 출고가 지연되며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유통업계의 주류대란 등도 소비자 불편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이 ‘퍼펙트 스톰(복합적인 위기)’의 위기 앞에 선 한국경제를 더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불러온 원자잿값 급등에 중국 봉쇄로 인한 해상운임 상승까지 더해지며 기업의 펀더멘털이 약해진 상황에서 출하량 감소, 출고 지연 등 피해가 기업의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타이어업계와 완성차업계에 타이어 출하 중단과 차량 일부 생산 차질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7일과 8일 광주와 평택, 곡성 등 생산공장에서 타이어 출하가 중단됐고 한국타이어 역시 지난 7일 대전공장 출하가 멈췄다.

금호타이어의 하루 타이어 출하 물량은 8만3000여개로 이틀간 부산과 광양항으로 출하하지 못한 타이어 물량은 16만여개에 이른다. 한국타이어가 지난 7일 대전공장에서 부산항으로 출하하지 못한 타이어를 수량으로 계산하면 5만여개로 40피트 컨테이너 70개 물량이다.

그나마 업계는 재고를 통해 당장 수출 물량을 맞추는 데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수출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안 그래도 반도체 부족으로 출고 지연을 겪고 있는 완성차 업계도 비상이다. 현대자동차는 차량 생산과 부품 운송에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화물연대 소속 차량들이 8일 오후 2시부터 운송 거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소속이 아닌 차량을 이용해 운송을 진행하고 있으나 생산라인이 멈출 우려가 남아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협력업체에서 실시간으로 부품을 공급받아 조립하는 방식으로 일부 부품만 납품되지 않아도 전체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 납품업체인 현대글로비스와 계약한 19개 운송 업체 화물 노동자 중 70%가량이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파업이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파업의 타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았던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자 레미콘 공장까지 멈춰 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8일 수도권 일부 레미콘 공장들이 핵심 원재료인 시멘트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생산을 중단했다.

A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일부 공장에서는 시멘트 재고가 바닥나서 이미 가동이 안 되고 있고, 나머지 공장도 오늘 버틸 재고밖에 없어 내일부터는 대부분의 공장이 멈춰 설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 현장에서는 레미콘이 필요한 작업을 제쳐놓고 우선 가능한 일부터 하면서 시간을 벌고 있지만, 이렇게 버티는 것도 이번 주까지만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비노조 차량들도 화물연대 눈치를 보면서 시멘트 공장에 출입하지 않고 있어 문제는 더 커지고 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공장 진입로에서 화물연대가 집회를 하고 있어 비노조 차량도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경기 의왕에 있는 쌍용C&E·한일시멘트·성신양회·아세아시멘트 등 국내 대표 시멘트 7개 업체의 유통기지도 마찬가지로 막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의 상황이 이렇자 건설업계도 현장이 멈출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시멘트뿐만 아니라 철강마저 일부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어 문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에서는 화물연대 노조가 제철소 주변 화물차 출입을 막아서며 출하가 감소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하루 만에 철강제품 약 5000톤(t)이 운송편을 찾지 못해 공장에 쌓이기도 했다.

건설사와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대비해 파업 전 시멘트 등 주요 자재를 비축했지만 재고가 2~3일치에 불과해 파업이 장기화하면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건설 업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며 건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번 화물연대 파업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현장이 멈춘 곳은 없으나 추가적인 자재 조달이 원활치 않아 2~3일 뒤부터 현장에 따라 작업이 불가능한 공종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착공 초기 현장의 경우엔 시멘트, 철근의 공급이 중요한데 공급이 원활치 않으면 공정률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도급 회사들도 비상이다. 김학노 서울·경기·인천 철근콘크리트연합회 회장은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철근·콘크리트 공사 현장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기·인천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자잿값 상승과 물류 차질 등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을 원청업체가 보전해주지 않으면 다음 달 11일부터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의 한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장 타격은 없다지만 화물연대의 파업이 하루 이틀 더 연장될 경우 국내 수출기업이 연쇄적인 피해를 입게 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긴급한 물량에 대해서는 사전에 운송을 마쳤지만, 이제 곧 새로운 원자재 수급과 제품 출하 등을 시작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 물량을 미리 다 보내기는 했지만 이는 2~3일 파업을 예상하고 준비한 것”이라며 “파업이 이보다 길어지면 다른 운송편을 찾아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화물연대와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간 협의가 단기간에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에 현장 복귀를 압박하면서도 대화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은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면서도 “불법 행위를 하거나 (물류 출입구 등을) 봉쇄하는 경우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화물연대가 총파업 명분으로 삼은 안전운임(화물차 과속과 운전자 과로를 막기 위한 최저 운임) 일몰제 폐지에 관해선 “화물연대는 일몰제 폐지나 연장을 계속 주장하고 있고 화주의 경우에는 물류비 상승이나 처벌 규정에 불만이 있는데다 안전운임제의 효과 자체도 낮다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어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현재 국토부는 건설현장 차질을 막기 위해 대체운송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주요 물류 거점에 군(軍) 위탁 컨테이너 수송 차량을 배치하고 컨테이너·시멘트 화차(화물열차)도 평시보다 증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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