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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성지’로 통하는 서울 남대문 주류상가에서 입문용 싱글몰트 위스키로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산’은 2019년 7만원대에서 지난해 9만원대, 올해는 12만원 수준까지 약 3년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 ‘글렌피딕 15년’ 가격은 6만원대에서 최근 8만~9만원대로, ‘맥캘란 18년’은 25만원 수준에서 35만원 안팎까지 30~50%가량 올랐다.
업계 안팎에 따르면 특히 발베니는 매장에 입고되는 즉시 팔려 나가기 바쁜 상황이다. ‘눈에 띄면 무조건 사야 되는 술’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올 초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에서 잔을 포함한 ‘발베니 12년 700㎖’ 선물세트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전국 코스트코 매장에서 당일 개장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지난달에는 이마트가 ‘발베니 14년’(16만원)을 스마트오더(앱으로 주문하고 매장에서 픽업)로 판매한 지 2시간 만에 준비한 500병이 빠르게 완판됐다.
발베니는 영국 주류기업 윌리엄그랜트앤선즈가 매년 한정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100% 정통 수제(핸드 크래프트)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로 통한다. 몰트 위스키 성지라 불리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Speyside) 지역에 증류소를 두고 있다. 회사 설립자 윌리엄 그랜트가 1886년 글렌피딕에 이어 1892년 세운 두 번째 증류소다. 직접 경작한 보리 밭에서 원재료를 수급하고, 보리를 발아시킨 후 건조시킬 때 기계가 아닌 전통 수작업 방식인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으로 만들어지는 유일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이런 희소성과 제조 특수성으로 발베니는 ‘한정판 술’이라는 입소문을 탔다. 전 세계 싱글몰트 위스키 생산량이 스카치 위스키 범주 중 5% 수준에 불과한데다, 발베니의 증류소 규모와 생산량이 이웃사촌 글렌피딕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작기 때문에 연간 공급량이 원체 적은 브랜드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팬데믹과 오미크론 등 각종 변이 확산세로 인해 현지 증류소 노동 인력이 줄면서 100% 수제 생산 방식을 고수하는 발베니의 경우 생산성 타격이 더욱 큰 상황이다.
발베니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단 맛과 잔향의 여운, 둥그스름한 병 패키지 디자인 등 요소로 2030대 젊은 층의 취향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연예인 혹은 배우나 유튜버 등 셀럽(셀러브리티·유명인)들 사이에서 발베니를 ‘최애’(가장 사랑하는) 술로 꼽는 모습이 방송 프로그램과 각종 SNS 채널을 통해 확산하면서 수요를 더욱 부추겼다는 분석이 따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위스키 수입액은 약 2151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2.4% 증가하는 등 최근 홈술(집에서 술마시기) 트렌드 확산으로 ‘비싸더라도 맛있는 술 한잔’을 위한 싱글몰트 위스키 소비가 늘고 있다”며 “늘어난 수요만큼 공급이 못 따라 가는데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 셀럽과 SNS를 통한 입소문이 한정판 상품을 먼저 손에 넣기 위해 오픈런도 불사하는 MZ세대들의 모방 심리를 자극시키며 수급 불균형이 더욱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