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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22~2024년 글로벌 반도체 공장 착공 건수는 총 71건으로 앞선 3년(2019~2021년) 57건 대비 24.6%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8→18건), 유럽·중동(6→12건), 일본(3→8건), 한국(2→4건) 등 미국 및 주요 동맹국에서 신규 착공 건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으로 외국인 투자가 감소하며 25건에서 13건으로 반토막 났다. 대만 역시 중국의 침공 가능성 우려 등으로 12건에서 9건으로 줄었다.
미중 기술패권 다툼과 더불어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자동차 산업 등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다수 국가가 반도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는지가 미래 경제 패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고, 중국에 반도체를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깨달았다는 것이다. 2000년 전 세계에서 2%에 불과했던 중국의 반도체 제조능력은 2030년 24%까지 늘어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1990년 37%에 달했던 미국의 반도체 제조능력은 2020년 12%로 쪼그라들었다.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기 시작한 것도 반도체 공장 신규 건설에 기여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위해 반도체법을 시행, 5년 간 반도체 제조시설에 390억달러(약 51조 77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그 결과 법 시행 전후 1년여 기간 동안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약 2100억달러(약 278조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 승인한 반도체법을 통해 2030년까지 공공·민간 투자에 총 430억유로(약 60조 91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독일에 공장을 짓기로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독일 정부는 TSMC에 50억유로(약 7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일본은 TSMC가 구마모토현에 건설하는 제2공장 투자 비용의 3분의 1을 정부 보조금으로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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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는 제조능력뿐 아니라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기술력 확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화웨이가 최근 첨단 반도체가 탑재된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경제안보 경쟁이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정현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미국의 더 강력한 대중 제재에 대비하고, 반도체 산업별로 디커플링, 디리스킹 분야를 설정해 적극적으로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