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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밤·자외선차단제서 발암물질인 코팅 프라이팬 원료 검출

김보경 기자I 2021.11.09 17:24:21

20개 제품 분석 결과 10개에서 과불화화합물 나와
발암 위험물질로 미국·유럽은 사용 제한
화장품 뒷면 성분서 ‘플루오르’ 있으면 의심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국내에서 판매중인 립메이크업 제품, 자외선 차단제, 메이크업 베이스, 파우더 등의 화장품에서 코팅 프라이팬의 원료인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 과불화화합물은 발암 위험물질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성분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안전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9일 환경운동연합과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행동,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국내 판매 중인 화장품 20개 제품 중 10개 제품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과불화화합물은 4700여종의 다양한 화학물질로, 물이나 기름에 쉽게 오염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프라이팬이나 일회용컵의 방수코팅제, 가죽과 자동차의 표면처리제, 즉석식품 포장재 등에 쓰인다.

조사는 립 메이크업 제품 3종, 자외선 차단제 5종, 파우더 및 팩트 5종, 메이크업 베이스 2종에 과불화화합물이 얼마나 포함됐는지에 대해 진행됐다. 립 제품은 3개 제품 모두에서, 자외선 차단체는 5개 중 4개에서 해당 물질이 검출됐다. 자외선 차단제의 경우 최대 105.50ng/g의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돼 여러 제품 중 가장 높은 농도를 보였다. 파우더와 팩트는 5개 제품 중 2개 제품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고, 메이크업 베이스에서도 2개 중 1개에서 검출됐다.

과불화 화합물은 안정적인 화학구조로 환경 및 생체 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오랫동안 축적될 수 있는 난분해성 화합물이다. 과불화 화합물이 지속해서 체내에 축적될 경우 발암 가능성과 간 손상, 호르몬 교란 등 면역계 질환 뿐만 아니라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규제가 시작됐다. 미국 환경청(EPA)는 과불화화합물을 ‘발암 가능성에 대한 증거가 있는 물질’로 구분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020년 이미 화장품에 과불화화합물 사용을 금지했고, 미 의회는 화장품에 과불화화합물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논의 중이다. 유럽연합(EU) 역시 2022년 말까지 과불화화합물을 규제하는 화장품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화장품 내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 바는 없다. 그래서 과불화화합물을 화장품에 쓰는 것 자체가 법 위반은 아니다. 과불화화합물은 보호막 형성 기능이 있어 방수 기능의 메이크업 화장품이나 로션과 크림 등 기초 화장품에 쓰이고 있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분석팀장은 “화장품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의 농도는 미량일지라도 사용 과정에서 피부에 직접 흡수된다는 점, 하루에도 여러 개의 화장품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공동행동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화장품 내 과불화화합물 전수조사와 사용 금지 기준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국내 화장품 기업에도 과불화 화합물이 없는 제품 생산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 단체들은 시민들에게 화장품 뒷면에서 ‘플루오르’ 성분을 확인하라고 권고했다. 성분 중 ‘플루오르’나 ‘플루오로’ 란 단어가 포함돼 있다면 대부분 과불화화합물로 의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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