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는 립 메이크업 제품 3종, 자외선 차단제 5종, 파우더 및 팩트 5종, 메이크업 베이스 2종에 과불화화합물이 얼마나 포함됐는지에 대해 진행됐다. 립 제품은 3개 제품 모두에서, 자외선 차단체는 5개 중 4개에서 해당 물질이 검출됐다. 자외선 차단제의 경우 최대 105.50ng/g의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돼 여러 제품 중 가장 높은 농도를 보였다. 파우더와 팩트는 5개 제품 중 2개 제품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고, 메이크업 베이스에서도 2개 중 1개에서 검출됐다.
과불화 화합물은 안정적인 화학구조로 환경 및 생체 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오랫동안 축적될 수 있는 난분해성 화합물이다. 과불화 화합물이 지속해서 체내에 축적될 경우 발암 가능성과 간 손상, 호르몬 교란 등 면역계 질환 뿐만 아니라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규제가 시작됐다. 미국 환경청(EPA)는 과불화화합물을 ‘발암 가능성에 대한 증거가 있는 물질’로 구분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020년 이미 화장품에 과불화화합물 사용을 금지했고, 미 의회는 화장품에 과불화화합물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논의 중이다. 유럽연합(EU) 역시 2022년 말까지 과불화화합물을 규제하는 화장품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화장품 내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 바는 없다. 그래서 과불화화합물을 화장품에 쓰는 것 자체가 법 위반은 아니다. 과불화화합물은 보호막 형성 기능이 있어 방수 기능의 메이크업 화장품이나 로션과 크림 등 기초 화장품에 쓰이고 있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분석팀장은 “화장품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의 농도는 미량일지라도 사용 과정에서 피부에 직접 흡수된다는 점, 하루에도 여러 개의 화장품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공동행동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화장품 내 과불화화합물 전수조사와 사용 금지 기준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국내 화장품 기업에도 과불화 화합물이 없는 제품 생산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 단체들은 시민들에게 화장품 뒷면에서 ‘플루오르’ 성분을 확인하라고 권고했다. 성분 중 ‘플루오르’나 ‘플루오로’ 란 단어가 포함돼 있다면 대부분 과불화화합물로 의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