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카드론 4500억원 ‘급증’…대출 길 막힌 저신용자 몰려

최정훈 기자I 2024.02.20 17:30:48

신용카드사 카드론 잔액 39.2조원…전달 대비 4500억원↑
대출 문 좁아진 중·저신용자, ‘심사 간소’ 카드론 몰린 영향
카드론 금리 평균 14.61%…두 달 연속 높은 수준 유지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연초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좁아지면서 카드론 4500억원 가량 잔액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론 금리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결제성 리볼빙 잔액은 감소세를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신한·KB국민·삼성·롯데·현대·하나·우리·BC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6조2736억원으로 전달(35조8381억원)보다 4355억원 늘었다. 비씨카드 회원사와 NH농협카드를 포함한 카드론 잔액도 올해 1월 말 기준 39조2121억원으로 한 달 전(38조7613억원)보다 4508억원 증가했다.

카드론은 은행이 아닌 카드사에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무담보 대출을 뜻한다. 정식 명칭도 ‘장기카드대출’이다. 일반적인 신용대출과는 달리 은행을 방문하거나, 담보 및 보증, 서류제출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신용카드 인증만으로 빠르게 신청할 수 있다. 별다른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는 간편한 대출이라는 특징 때문에 카드론은 서민들의 급전 창구라고 불린다.

카드론이 늘어난 이유는 대출 문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중·저신용자들이 대출을 위해 찾는 저축은행들이 자체 대출상품 취급을 줄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건전성 악화에 직면한 저축은행들이 정책상품 공급을 늘리면서 갈 곳을 잃은 다중채무자들이 ‘급전 창구’로 카드사를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저신용자가 카드론에 몰리면서 카드론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8개 카드사의 카드론 금리는 연 14.61%다. 지난해 11월 대비 0.15%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높은 수준이다.

롯데카드가 15.74%로 가장 높았고, 비씨카드가 15.17%, 하나카드가 14.95% 순으로 높았다. 고금리 압박에 중·저신용자들이 카드론을 돌려막는 카드론 대환대출도 증가세다.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대환대출은 1조698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1조5935억원)보다 1051억원 늘었다.

한편 8개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액 이월 잔액은 7조4024억원으로 전월(7조4377억원)보다 353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두 달 연속 하락세를 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던 지난해 11월(7조5115억원)보다 1091억원이 감소했다.

결제성 리볼빙은 카드 대금의 최소 10%만 우선 갚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넘겨 갚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카드 대금을 갚기 어려운 이용자들이 당장 연체를 막는 용도로 쓸 수 있지만, 수수율이 높아 잘못하다간 연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수개월 연속 리볼빙이 되면 카드값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소비자 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카드사들이 최근 리볼빙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지자 ‘최소 결제’ ‘일부 결제’ 등의 표현을 써가며 리볼빙 서비스를 광고해 소비자들이 혼란에 빠질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결제성 리볼빙 잔액이 줄어든 이유도 금융당국의 조치가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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