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업무보고서 수사권 조정 부작용 지적

이배운 기자I 2022.07.26 17:22:43

검경 수사권 조정 겨냥해 “국민 피해 증가”
수사지연, 부실수사, 고소장거부 부작용 지적
검찰 수사권 확대 당위성 확보 ‘여론전’ 양상
“범죄대응 역량 심각하게 줄어…대응 최우선”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부처 업무 계획 보고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명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처 업무보고를 한 뒤 업무보고 내용 브리핑을 위해 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경 권한 재조정 문제를 놓고 국론분열이 심화되는 가운데, 검찰 수사권 확대의 당위성을 피력하고, 윤석열 정부의 경찰 통제 강화 기조에 은근히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6일 한 장관은 법무부의 핵심 추진 과제 중 하나로 ‘형사사법 개혁을 통한 공정한 법 집행’을 제시하고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없는 형사법령 제·개정으로 국민 피해가 증가하고 범죄 대응 역량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수사권을 대폭 축소한 ‘검경 수사권 조정’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법무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구체적인 부작용으로 ‘수사 지연’ 및 ‘부실 수사’를 지목했다. 실제 대한변협이 지난 4월 전국의 회원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5%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조사 지연·연기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응답자의 66.1%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과 비교해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고 보는지요?’라는 질문에 ‘심각하다’고 답했다. 특히 민생 사건을 주로 맡는 변호사들은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부실 수사가 사례를 경험하고 있으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 시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는 게 변협 측 설명이다.

또한 법무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또 다른 부작용으로 ‘고소장 접수 거부’를 언급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만성적인 업무 과중에 시달려온 일선 경찰서들은 수사 범위까지 늘어나자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고소·고발을 반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처럼 한 장관이 업무보고에서 직접 경찰의 업무 실태를 지적한 것은 검찰 수사권 복원 정책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하고 “검수완박 입법취지 무력화”라는 야권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기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동안 검찰청 직제 정비, 형사부 분장사무 복원 등 검찰 수사권 복원을 추진한 한 장관은 앞으로 검수완박 위헌소송 철저 대응, 검찰 독립예산 편성, 합동수사단 신설 등 추가 조치에도 속도를 낸단 방침이다.

검찰도 이 같은 기조에 발맞춰 경찰의 미흡한 수사력을 부각하는 여론전에 나섰다. 최근 대검은 ‘인권보호 우수사례’ 및 ‘우수검사 선정’ 등으로 경찰의 미흡한 대처로 묻힐뻔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발굴해낸 사례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한편 한 장관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법무부 업무보고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 쟁점으로 보인다’는 질문을 받자 “검찰 수사의 국가범죄 대응 역량이 심각하게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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