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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세 인상 전 세금 낸 필립모리스에 추가 부담금…대법 “정당”

박정수 기자I 2024.05.23 16:22:44

2015년 담뱃세 인상…1갑당 2000원→4500원
제조공장서 창고로 빼두고 담뱃값 인상 뒤 판매
폐기물부담금·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추가에 취소 소송
1·2심 필립모리스 승→대법 파기·환송…“인상 후 세금 내야”
"폐기물부담금은 무효…2월에야 개정한 국가기관 탓"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2015년 담뱃세 인상을 앞두고 생산된 담배를 임시창고로 옮기거나 미리 반출된 것처럼 전산처리한 한국필립모리스에 인상된 담뱃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대법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3일 한국필립모리스가 한국환경공단,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제기한 폐기물부담금 부과처분 취소청구 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기·환송했다.

2014년 9월경 정부는 2015년 1월 1일부터 담뱃세(1갑당 가격 2000원→4500원)를 인상하겠다는 정부안을 발표해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이 인상될 예정이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2014년 9월경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양산제조공장에서 임시창고로 담배를 반출했고 그와 동시에 담배소비세 등을 납부(‘제1쟁점 담배’, 임시창고 출고 방법)했다. 반출된 담배는 다시 보세창고인 양산물류센터 등으로 옮겨 보관하다가 2015년 1월 1일 이후에 도매업자 등으로 출고됐다.

또 담배소비세와 관련해 미납세 반출을 한 후 양산물류센터 등에서 보관하던 담배에 대해 실물 이동 없이 양산물류센터 밖으로 반출한 것처럼 전산상 ‘미납세재고’에서 ‘납세재고’로 전환하면서, 인상 전 세율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을 신고·납부(‘제2쟁점 담배’, 전산상 전환 방법)했다.

이에 한국필립모리스는 개정법령이 시행된 후 담배에 대한 인상된 세금과 부담금 등을 반영한 가격으로 도매업자 등에게 담배를 배송·판매했다.

한국환경공단과 보건복지부, 연초생산안정화재단 등 피고들은 2014년에 제조장에서 반출된 것으로 보았던 담배 가운데 이 사건 담배는 2014년이 아니라 2015년에 제조장에서 반출된 것이라는 이유로 추가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차액 등을 한국필립모리스에 부과했다.

구체적으로 2017년 2월 한국필립모리스에 한국환경공단이 2015년도 폐기물부담금 약 17억원, 복지부가 2015년도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약 517억원, 연초생산안정화재단이 2015년도 출연금 약 5억원 등을 추가로 부과했다.

이에 한국필립모리스는 피고들을 상대로 각 부과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1심과 2심은 한국필립모리스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제1, 2쟁점 담배는 양산제조공장에서 임시창고 및 양산물류센터 등으로 이동된 시점인 2014년 12월 31일 이전에 모두 ‘제조장에서 반출’된 것으로 봐야 하고, 실질과세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며 “개정 규정에 따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납부의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대법원
대법원은 원심판결 가운데 반출의 의미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한국필립모리스가 제조공장에서 담배를 임시창고로 옮긴 것(제1쟁점 담배)은 담뱃세 인상차액을 얻기 위해 통상적인 거래 형태에서 벗어나 제조장에서 일시적인 방편으로 마련된 장소로 담배를 옮긴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따라서 “임시창고에서 각 물류센터로 담배를 옮긴 때 비로소 제조장에서 반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담뱃값 인상 후 임시창고에서 물류센터로 옮겨진 담배에 대해서는 개정법령이 적용된다는 취지다.

아울러 “납세반출 신고된 뒤 실물이동 없이 반출된 것으로 전산 입력된 부분(제2쟁점 담배)은 원고가 제조공장에서 미납세반출 대상 담배로 신고하고 각 물류센터로 옮겨 보관하던 중 이 사건 각 개정법령이 시행된 2015년 1월 1일 이후 반입장소에서 다시 반출해 도매업자 등에게 배송했으므로, 위와 같이 반입장소에서 다시 반출할 때 제조장에서 반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법원은 “제2쟁점 담배에 대해서는 이 사건 부칙 규정에 따라 이 사건 각 개정법령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폐기물부담금 부과처분의 근거로 제시된 부칙규정은 지방세법 시행 이후인 2015년 2월 3일 개정이 이뤄졌던 만큼, 폐기물부담금 부과처분과 관련해 2015년 1월 1일부터 같은 해 2월 2일까지 제조장 또는 보세구역에서 반출된 담배에 대해서도 소급해 적용하도록 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무효라고 봤다.

대법원은 “다른 담뱃세와 달리 폐기물부담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개정이 지연된 것은 국가기관이 이를 적시에 하지 못한 탓”이라며 “그런데 소급입법을 통해 담배 제조업자에게 폐기물부담금을 추가로 부담시키는 것은 개정 지연에 대한 책임을 담배 제조업자에게 전가시키는 셈이 되는데, 여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환송 후 원심에서 위 파기의 취지를 반영해 다시 정당한 부담금과 출연금을 계산할 필요가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환송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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