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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크리스탈지노믹스의 기발한 기술수출 전략

류성 기자I 2020.08.20 15:39:33

글로벌 제약사 기술수출 대신 자회사에 기술판매
자회사 마카온에 신약후보물질 8900만달러에 이전
사모펀드로부터 300억 투자받아 마카온 설립
주도적으로 지속적 신약개발 가능하다는 게 장점

[이데일리 류성 기자] 신약개발 전문업체인 크리스탈지노믹스의 기발한 기술수출 전략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있다.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 이데일리DB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후보 물질을 주로 글로벌 제약사에 라이선스 아웃하는 데 비해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자회사에 기술을 수출하는 전략을 펴고 있어서다.

크리스탈(083790)지노믹스는 최근 설립한 섬유증 신약개발 자회사인 마카온에 신약 후보물질인 ‘아이발티노스타트’의 섬유증을 총 8900만달러(약 1070억원)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마카온으로부터 계약금만 400만달러(약 48억원)을 받는 조건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신약을 기술수출하기 위해 마카온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마카온은 섬유증 치료제 개발에 사업을 집중하게 된다. 마카온은 사들인 섬유증 신약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해 또다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을 한다는 구상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마카온을 설립할 때 연기금, 공제회 등 사모펀드 투자자들로부터 자본금 300억원을 유치하는 자본조달 방식을 선택했다. 현재 시리즈A 투자유치가 마무리 단계다. 이번 투자유치가 성공하게 되면 올해 비상장 바이오 벤처기업 중 최대 규모 투자액이 될 전망이다. 이전까지 황반변성 치료제를 개발하는 노벨티노빌리티가 시리즈A 투자 100억원을 유치한게 가장 큰 규모다.

업계는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을 할 경우 신약을 상업화하는 과정에서 권리를 잃는 단점이 있다”면서 “이에 비해 자회사에 이전하면 주도적으로 신약개발을 이어갈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한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마카온에 자금을 투자한 기관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마카온이 보유한 섬유증 신약후보물질의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 “투자자들을 모아 설립한 자회사에 기술수출하는 것도 다국적 제약사를 대상으로 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마카온 설립 전에 섬유증 신약후보에 대한 가치를 회계법인 리안에 의뢰해 산정하면서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를 이끌기도 했다. 이 회계법인은 이 신약후보물질의 자산가치를 8900만달러(약 1070억원)으로 계산했다.

외부 회계법인이 도출한 신약후보물질의 자산가치가 회사 몸값이 된 셈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마카온을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마카온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마카온이 기업공개(IPO)될 때까지 주식을 매각할수 없도록 보호예수 조건이 걸려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객관적으로 신약후보물질의 가치를 책정하고 모든 근거 자료를 투명하게 투자자들에게 공개한 게 투자유치 과정에서 큰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여기에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지난 2018년 전임상 단계에서 혈액암 신약후보물질(CG-806)을 캐나다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에 총 1억2500만달러(약 1344억원)에 기술수출 한 성과도 투자자들로부터 높게 평가를 받았다.

마카온은 기술수입한 섬유증 신약후보물질에 대해 섬유증 관련 질환인 IPF(특발성폐섬유증), NASH(비지방성 알코올 간염), CKD(만성신장질환) 등의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NASH는 아직까지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영역으로 지난해 7월 유한양행(000100)이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8700만달러 규모로 치료 신약후보물질(YH25724)을 수출하면서 시장 잠재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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