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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만 위험한 줄 알았는데…위태로운 석유화학[마켓인]

안혜신 기자I 2024.06.13 19:45:36

올해 신용등급·전망 하향 석유화학 다수
중국 공급 과잉 부담에 경기 성장 부진 영향
효성화학, 미매각 불구 다시 한번 공모채 발행 도전

[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올 들어 석유화학 업종의 신용등급 하향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려로 시장 관심은 증권과 부동산 업종에 쏠려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업종 외에도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용등급이나 전망 하향이 상당수 이뤄지면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13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 등급이나 전망 하향이 가장 많이 이뤄진 업종은 석유화학으로 집계됐다. 여천NCC, SKC, 효성화학, SK어드밴스드 등 총 4개 기업이다. 이어 신세계건설, 대보건설, GS건설 등 세 개 기업이 하향된 건설업종이 뒤를 이었다.

효성화학 삼불화질소(NF3) 공장(사진=효성화학)
한신평은 석유화학 업종 중 가장 먼저 효성화학 등급을 지난 3월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고, 여천NCC(A)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SKC(A+) 역시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SK어드밴스드(A-) 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등급 전망을 강등했다.

NICE신용평가 역시 올 들어 효성화학 등급을 하향한 것은 물론 SK어드밴드스 등급 역시 ‘A-’에서 ‘BBB+’로 하향했다.

SKC의 경우 지난해 NICE신용평가에서 가장 먼저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데 이어 올 들어서 한신평과 한기평 역시 연이어 등급 전망을 하향하면서 등급 강등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향후 6개월 내에 등급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업황 개선 등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등급 하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부동산 PF 관련 우려가 컸던 건설과 증권업종에 대한 등급 조정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가려져있던 석유화학 업종의 신용 리스크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석유화학 업종은 최근 몇 년간 중국 공급 과잉 이슈로 인해 업황이 악화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기 성장이 부진한 영향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21년 하반기 이후부터 유가 상승과 글로벌 설비 증설로 인해 공급 부담은 커지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경기 성장 부진으로 석유화학 수급환경 자체도 악화하고 있다.

투자심리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이다. 올 들어서 여천NCC와 효성화학은 모두 미매각을 기록했다. 특히 효성화학은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 4월 수요예측을 진행한 SK어드밴스드의 경우 1.5년물과 2년물 각각 500억원 모집에서 목표 수요를 채우긴 했지만 경쟁률이 2대 1을 넘지 못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른 발행금리도 6%대 후반으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기업들의 공모채 시장 도전도 현저히 줄어든 상황이다. 다만 자금 조달이 급한 효성화학은 미매각에도 불구, 오는 24일 다시 한번 공모채 발행에 도전할 계획이다. 총 500억원 규모 1.5년물 발행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효성화학은 지난해부터 특히 재무상태 등에 대한 우려가 컸던 곳”이라면서 “미매각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 A급 이하 회사채 고금리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을 겨냥해 다시 한 번 시장에 나오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당분간 석유화학 업종의 부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단기간에 수요 회복이나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윤재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중국 석유화학 자체 생산능력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전방 수요 회복 지연까지 비우호적인 수급환경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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