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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수사 방해' 피의자 잇딴 사망에 檢 당혹…수사 차질 불가피

이승현 기자I 2017.11.06 16:42:51

국정원 법률보좌관 출신 변창훈 검사, 영장심사 직전 투신
검찰의 국정원 수사 방해·법정 허위진술 교사 혐의
같은 사건 수사받던 국정원 변호사도 숨진 채 발견
사건관계자 잇따른 참극에 검찰 당혹감·수사차질 우려 커져

[이데일리 이승현 한광범 윤여진 기자]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의 댓글사건 수사방해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국정원 소속 변호사에 이어 당시 파견검사였던 현직 검사가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결단으로 검찰이 사건 수사를 위해 조직 내부에 과감하게 칼을 들이댔지만 사건 관계자들의 투신이란 돌발 변수로 수사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검찰 주변에서는 수사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변창훈 검사,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투신 사망

변창훈(48) 서울고검 검사 (사진=연합뉴스)
6일 서울서초경찰서에 따르면 변창훈(48·사법연수원 23기) 서울고검 검사는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건물 4층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119구조대에 의해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오후 4시쯤 숨을 거뒀다.

당초 변 검사는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해당 법무법인에서 상담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위증교사 등 혐의로 당시 국정원 내부의 이른바 ‘현안 TF’ 구성원인 변 검사와 장호중(50·21기) 전 부산지검장, 이제영(43·30기) 대전고검 검사, 서천호 전 2차장, 고모 전 종합분석국장 등 5명에게 지난 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안 TF는 국정원이 2013년 4월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끌던 특별수사팀에 대응하기 위해 당시 감찰실장이던 장 전 지검장과 법률보좌관이던 변 검사, 파견검사인 이 검사, 서 차장, 고 국장, 문모 국익정보국장, 하경준 대변인 등 7명으로 꾸린 조직이다.

영장청구 대상자들은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 및 문 전 국장과 함께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과 조작 희의록 등을 제공했으며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증거를 삭제하고 허위 진술을 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28~29일 장 전 지검장과 변 검사, 이 검사를 소환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사장을 포함해 현직 검사 3명에 대한 일괄적인 영장 청구에서 검찰 조직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검사 3명은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장 전 지검장은 전날 ‘영장심문 포기서’를 제출하고 심문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검사는 이날 오전 10시 21분쯤 법원에 출석해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심문을 성실히 받겠습니다”고만 답했다.

◇댓글수사 방해 의혹 국정원 변호사도 수사 중 ‘사망’

변 검사의 투신에 앞서 같은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국정원 소속 정모(43)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춘천시 한 주차장의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2013년 검찰의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변 검사와 이 검사 등과 함께 법률보좌관실에서 일하다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기소되자 이에 대응하는 TF에 배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씨는 지난달 23일 검찰에 나와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며 30일에도 보완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검찰은 정씨가 참고인 조사를 받은 시기를 전후해 이날 투신한 변 검사와 수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변 검사와 이 검사도 몇 차례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 검사의 갑작스러운 투신에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도 경위 파악에 들어갔다. 이 사건 수사로 벌써 두 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자 강압수사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변 검사의 사망에 걱정과 당혹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법원에 따르면 변 검사는 미체포 피의자여서 구인영장의 집행은 법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는 이날 영장실질심사 포기의사도 밝힌 바 없어 영장발부 여부 결정 대상도 아니었다.

국정원 수사팀은 “변 검사의 사망과 관련해 고인과 유족에 대해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바이며 매우 안타까운 심정을 금하기 어렵다”고 공식입장을 내놨다.

국정원 ‘댓글 공작’ 수사·재판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가 6일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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