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기에 싣고, 가짜 수화물 보내고…아프리카 금 40% '이곳' 갔다

양지윤 기자I 2024.05.30 17:27:18

아프리카 2022년 금 435t 밀수출
생산량 40% 아랍에미리트로 향해
UAE 정부 "밀반입 차단" 다짐했지만 공수표
금밀수, 아프리카 내전 부추기고 인권 악화 주 원인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아프리카에서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로 밀반출되는 금의 대다수가 아랍에미리트(UAE)로 흘러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AFP)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스위스 구호·환경단체인 스위스에이드를 인용해 2022년 아프리카에서 약 310억달러 상당의 금 435톤(t)이 신고되지 않은 채 밀수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10년 만에 두 배 가량 급증한 규모로, 아프리카 지역의 생산량의 40%에 이르는 규모다.불법 수출한 금의 93%는 아랍에미리트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는 스위스와 인도로 밀수출됐다.

스위스에이드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불법으로 채굴된 금의 대부분은 우간다와 르완다 등의 정제소를 통해 아랍에미리트 최대 도시인 두바이로 보내졌다. 금 일부는 개인 제트기로 직접 운송되거나 허위 서류를 꾸며 수화물로 두바이에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아랍에미리트에는 최소 20개의 금 정련소와 7000명이 넘는 귀금속, 보석 상인이 있다. 밀수된 금은 인도와 스위스로도 보내진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지난해 최대 금 정련소 중 하나인 에미레이트 골드 DMCC의 소유주가 자금 세탁 혐의자와 연루됐다는 이유로 인가를 취소했다.

아랍에미리트 관계자는 주요 외신에 “금밀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중요한 조치를 취했으며 불법 수입으로 인한 위험을 없애기 위해 금과 귀금속에 대한 세부적인 새 규정을 시행했다”고 해명했다.

금 밀수는 아프리카 내부의 분쟁을 부추기고, 인권 문제를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아프리카산 금 밀수를 사실상 방치한 데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올초 미국 재무부는 수단 기업 알 파커 어드밴스드 웍스 등 3개 기업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이들 회사가 금을 수출한 자금으로 수단 내전에서 수단군과 싸우고 있는 군사조직을 지원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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