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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 사저 반대편에 모인 30여 명의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사저로 들어가는 길 내내 지지자 쪽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지난 해 8월 지도부가 예방할 당시에는 문 전 대통령이 직접 문 앞에 나와 이 대표를 맞았지만 이날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취재진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와 문 전 대통령은 1시간 40분 가량 식사를 함께하며 환담을 나누었다. 식사는 김정숙 여사가 직접 준비한 평양식 온반이었다. 식사를 마친 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민주당이 잘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나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진정한 치유가 필요하다”며 “요즘 민생 경제가 참 어려운데 이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민생 경제를 해결하는 데에 최선의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안 수석대변인은 또 “정전협정 70주년 되는 해인데 남북간 긴장 고조되고 있고 안보불안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하면서 평화 실현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문 전 대통령의) 말이 있었다”며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절대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민주주의가 절대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말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비롯해 전 정부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 및 정부·여당 인사들과의 ‘신년 인사회’가 아닌 문 전 대통령 예방을 선택한 데에는 이 대표가 검찰 소환 조사 등 ‘사법 리스크’를 앞두고 당내 결집에 집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 대표가 최근 자신뿐 아니라 전 정부에 대한 수사까지 ‘정치 보복’ ‘야당 탄압’으로 포함하는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전 정부를 겨냥한 사정기관의 수사에 비판 메시지를 쏟아내는 ‘친문계’(親문재인계)와의 연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 예방을 마치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엇보다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절대 후퇴해선 안 된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하며 저 또한 같은 의견을 드렸다”며 “문재인 대통령님과 김정숙 여사님께서 함께 잡아주신 손, 따뜻하게 안아주신 마음 깊이 간직하며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적었다.
앞서 이 대표는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예정에 없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에도 참석을 요청했는데, 재차 영수회담을 요청해왔던 이 대표가 왜 참석하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의아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에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은 “지난 22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신년인사회에 초청한다는 메일이 저희 대표 메일로 접수가 됐다”며 “민주당은 오늘 있는 이 일정(부산 현장 방문)이 있어 참석이 불가능하다고 회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정 때문에 불참한 것이고 굳이 피할 이유는 없었다”면서도 “다만 안타까운 것은 야당 지도부를 초청하면서 전화 한 통 없이 이메일을 ‘띡’ 보내는 그런 초대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