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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인증 유료화' 하루만에 사칭 계정 '우르르'

박종화 기자I 2023.04.27 14:51:11

美정부·LAPD 등 정부기관 사칭 계정 수십개씩 등장
디즈니 주니어, 사칭 계정이 인증받아 진짜 행세도
가짜뉴스 통로 지적에 머스크 "대중 스스로 판단해야"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트위터가 유명인과 정부기관, 언론매체 계정에 대한 인증을 유료화하면서 사칭 계정이 성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위터가 가짜뉴스 유통 경로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AFP)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위터가 계정 인증을 유료화한 지난 20일 이후 하루 동안 로스앤젤레스(LA) 경찰청을 사칭하는 계정이 최소 11개 등장했다. 미국 연방정부 기관 사칭 계정도 20여개 생성됐다.

이 같은 사칭 계정은 계정 인증 유료화를 기점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전엔 트위터가 유명인과 정부기관, 언론매체의 계정에 파란색 인증 마크인 블루체크를 달아 그 계정이 진짜라는 걸 보증했지만 이젠 유료 인증 서비스만 구독하면 누구라도 진짜 계정 주인처럼 행세할 수 있다. 인증 서비스 가격은 개인(블루 마크)이 한 달에 8달러(약 1만700원), 기업(골드 마크)이 1000달러(약 134만원)다.

문제는 진짜 유명인 등이 유료 인증 서비스를 구독하지 않는 이상 사칭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디즈니의 유아용 채널인 디즈니 주니어는 회사가 계정 인증을 하지 않는 사이 사칭 계정이 인증을 받아 인종 차별적 트윗을 올렸다. 또한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나 영화배우 채드윅 보스만 등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계정에도 최근 블루 마크가 달려 인증의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기존의 인증 절차가 무의미하다며 인증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장(CEO)의 주장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트위터에서 가짜 뉴스가 성행하리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뢰할 만한 매체와 사이비 매체를 구별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내전이 진행 중인 수단에선 군벌들이 적군을 향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경로로 블루 마크를 받은 트위터 계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가 트위터에서 반(反) 우크라이나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머스크는 “모든 뉴스는 어느 정도 선전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하게 하라”며 적극적인 개입엔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NYT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자연재해 같은 상황”이라며 “트위터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기능에 대해 (대중들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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