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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폭탄' 美소비자 덮치기 시작"

방성훈 기자I 2018.07.30 13:18:02

美제조기업, 관세 인상 부담 소비자에 전가시키기 시작
콜라·맥주·가구·오토바이·자동차 등 줄줄이 가격 인상
6월 美소비자물가 2.9% 상승…6년만에 최고치
美경제, 탄탄하다고 하지만…"소비자價 인상 완충 한계"

/ 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강행한 ‘관세폭탄’이 미국 소비자들을 덮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탄산음료, 맥주 등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가격이 오른 것을 체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관세 부과 이후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을 회사가 흡수할 것인지,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것인지를 고민해 왔다. 대다수는 소비자에게 비용 일부를 떠넘기기로 했다. 음료기업인 코카콜라, 특수차량 및 오토바이 제조업체 폴라리스인터스트리스를 비롯한 상당수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3월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데 따른 영향이다. 관세를 물리기 시작한 뒤 미국 내 철강 가격과 알루미늄 가격은 각각 33%, 11% 상승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일 340억달러 규모, 800여개 품목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젠 해당 품목을 수입해 미국에서 조립·제조하는 기업들까지 비용 부담을 느끼게 됐다.

레저용차량(RV) 제조업체인 위네바고인더스트리스의 마이클 하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수년 간 RV 판매량이 급증, 생산 확대를 위해 최소 25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면서 “우리는 비용절감 등 경영전략을 변경하는 한편 좀 더 공격적으로 가격을 올려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관세부과 및 광범위한 무역긴장, 물가상승이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며 “경제에 있어 불확실성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압박을 줄 위험이 있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최근엔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영역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카콜라는 지난 25일 관세 인상으로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해 병을 만드는 파트너사들이 가격을 올렸다며, 북미 지역에서 판매하는 음료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코카콜라의 제임스 퀸시 CEO는 “관세는 미국에는 재앙적인 조치”라며 “기업들이 올 3분기에 본격적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스턴맥주의 짐 코흐 CEO도 “일정 시점부터 오르기 시작한 원자재 가격에 대한 부담을 상쇄시켜야 한다”면서 올해 하반기 맥주 가격을 2%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사무용 가구 제조업체 스틸케이스는 지난달 철강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올렸다. 3월 이후 두 번째 인상이다. 장비제조업체 레녹스도 철강 관세 부과 이후 올해 5000만달러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며 두 번째 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 것은 물가상승률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대비 2.9% 상승,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도 3.4% 올라 수년래 최고 수준을 보였다. 금속 및 에너지 가격과 운송비가 상승한데 따른 결과다. 이는 기업들이 재화 또는 용역 구입에 지출하는 비용이 늘어났으며, 일부가 소비자에게 전이됐다는 의미다.

일부 기업들은 관세 인상보다는 인건비와 운송비 상승이 더 우려된다면서, 관세 인상 부담은 생산량 조정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일부 기업들은 소비자 가격을 올려도 탄탄한 경제 체력이 이를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1%를 기록했다. 제조업 수출 및 강력한 소비 지출에 힘입은 결과다. 이는 소비자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하지만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은 관세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이 소비자 가격 인상 및 수요 위축으로 이어져 수익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례로 보트, 오토바이, 스노모빌 및 RV차량을 생산하는 폴라리스는 관세 부과 이후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및 부품에 4000만달러를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중 1500만달러는 제품 가격을 올려 충당하기로 했다.

문제는 미국에서 생산하고 수출하는 제품들에 다른 국가들이 보복관세까지 부과한다는 점이다. 스콧 와인 폴라리스 CEO는 “미국산 오토바이에 대한 EU 관세 인상을 피하기 위해 유럽에 판매하는 제품 생산기지를 아이오와주에서 폴란드로 옮기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메이드 인 아메리카’의 상징인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도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지난 24일에는 올해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이같은 미국 제조기업들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 및 수익성 악화는 미국 경제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소비자 가격 인상을 완충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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