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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에 리튬값 ‘뚝’…고민 커지는 양극재 업체들

김은경 기자I 2023.12.14 18:52:47

탄산리튬 2년 4개월 만에 90위안 무너져
메탈 가격 하락세에 수익성 악화 불가피
전기차 수요 둔화…"단기간 반등 어려워"
업체들 원가 절감·고부가 제품 확대 집중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이차전지(배터리) 소재 주원료인 리튬·니켈 등 메탈 가격이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양극재 업체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양극재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중국발(發) 공급 과잉이 원료 가격을 끌어내려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탈 가격이 단기간 내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메탈 가격 연중 최저치…4분기 ‘보릿고개’

14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086520)의 올해 4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1조7590억원, 영업이익 610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2조956억원·영업이익 1780억원) 대비 각각 16%, 66% 감소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한 전분기(650억원) 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양극재 업체인 포스코퓨처엠(003670)엘앤에프(066970)도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포스코퓨처엠의 4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 1조3879억원, 영업이익 42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소폭 증가하나 연간으로 보면 매출 4조9584억원, 영업이익 1486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매출 3조3019억원·영업이익 1659억원) 대비 10.4% 감소한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엘앤에프의 경우 4분기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982억원, 103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1조2284억원·영업이익 533억원) 대비 18.7%, 80%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예상 실적은 매출 4조9921억원, 영업이익 684억원으로 전년(매출 3조8873억원·영업이익 2663억원) 대비 영업이익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탄산리튬 가격 추이 및 양극재 업체 올해 영업이익 전망.(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실적 악화에 채용도 미뤄…안정화 시점 주목

양극재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것은 메탈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제품 판매 가격이 고정된 제조업계에서는 원료 가격 하락을 수익성에 플러스 요인으로 본다. 값싼 원료로 만든 제품을 팔면 이문이 더 많이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극재 업체는 배터리 셀 제조사와 메탈 가격에 연동한 판가를 토대로 납품 계약을 체결해 구조에 차이가 있다. 원재료 가격과 마진율을 연동하는 구조인 셈이다.

메탈 가격 변동분은 대체로 2~4개월의 시차를 두고 양극재 판가에 연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개월 전인 올해 8월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200위안에 형성됐으나 이달 12일 기준 88.5위안으로 60%가량 하락했다. 따라서 지금처럼 리튬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시기에는 광물 가격이 높을 때 비싸게 산 리튬으로 만든 제품을 싸게 팔 수밖에 없어 부정적 래깅 효과(원료 투입 시차)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양극재 업체들의 실적이 올해 하반기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과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과 원료 공급망 다변화로 향후 메탈 가격 상승 요인이 많지 않다고 전망한다. 실제 전기차 판매 감소에 따라 양극재 수출량은 최근 2개월(9~10월) 연속 하락했으며 10월 수출량은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출시와 투자 일정을 연기하고 전기차 판매량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하면서 전방 수요 둔화가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이에 업체들은 원가 절감 등 위기 극복을 위한 복합적인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이차전지 업황 부진과 광물 가격 하락 등 경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 하반기 포항사업장 채용 계획을 미뤘다. 포스코퓨처엠은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달부터 광양에 이어 포항에서도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NCMA 단결정 양극재’ 생산을 시작했다. 니켈(N)·코발트(C)·망간(M)·알루미늄(A)을 하나의 결정 형태로 결합한 이 양극재는 에너지밀도를 높여 주행거리를 늘리고 열 안정성과 수명도 함께 향상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기차 고성능화 흐름에 맞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리튬 가격이 하향 안정화하면서 양극재 업체들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리튬 업체인 앨버말에 따르면 양극재 및 리튬 업체들의 리튬 재고는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리튬 가격은 언제든 안정화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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