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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완화 추진에…금융권, 기대 반 우려 반

이연호 기자I 2022.07.20 17:04:19

금융위, '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 공식화
'이자 장사' 경고, '취약 차주 보호' 등 채찍 일변도 금융당국 돌변
은행권 "기울어진 운동장 평평해질 것이란 기대감 커"
학계선 '시기 상조' 목소리도…"은산분리 기본 취지 흔들어선 안 돼"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이자 장사’를 경고하거나 취약 차주에 대한 무리한 지원을 요구하면서 불만이 쌓였던 은행들이 규제 대폭 완화라는 당근책을 받아들자 반색하고 있다. 하지만 학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이 같은 지나친 규제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권, 비금융 서비스 성장 계기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개최한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디지털화, 빅블러(Big blur·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 시대에 대응한 금융 규제혁신 추진 방향’을 통해 4대 분야, 9개 주요 과제, 36개 추진 과제를 검토·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비금융 회사 지분 인수 제한 규정을 완화하고, 부수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이른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 규제’ 완화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은행의 정보기술(IT)등 비금융 회사 지분 인수 제한이 완화되고, 알뜰폰이나 배달 서비스 등 생활 밀착형 비금융 서비스 사업 진출도 활기를 띠게 될 전망이다.

은행권은 그간의 숙원이 풀리게 됐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특히 은행들이 최근 금융당국의 잇따른 채찍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만큼 금융당국의 서프라이즈 같은 당근 선물에 기쁨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금융당국은 ‘이자 장사하지 말라’며 은행들에 경고 메시지를 내는가 하면,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확대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앞장섰다. 또 ‘취약 차주 보호’라는 명분 아래 소상공인 금융 지원이 종료되더라도 차주가 원할 경우 90~95% 이상의 상환유예·만기연장 조치를 하도록 요구하면서 은행권의 반발을 초래했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는 사실상 금융업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는데 은행이 산업에 진출하는 것은 항상 막혀 왔던 상황이 해결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규제 완화 움직임에 기존에 가졌던 채찍 일변도 정책에 대한 불만이 다소 누그러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은행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업이 면허 사업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산업이고 금융 자본인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에 불만이 있지만, 어찌 됐든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업계가 해야 할 일은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학계, 금산분리 완화는 ‘시기상조’

반면 학계에서는 시대 흐름에 따라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지나친 규제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중은행 계열사들의 합리적 투자에 제약이 될 수 있는 부분을 기술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충분히 동의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대규모로 국민들의 예금을 수취하는 은행과 산업 자본을 분리시키는 은산(銀産) 분리의 기본 취지까지 흔드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섣부른 규제 완화보다는 제도적 장치를 완비하는 게 먼저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옵티머스·라임 사태를 살펴보면 정부가 겉으론 규제 완화한다고 해 놓고 막상 문제 생기니 책임에서 빠져나간 뒤 사후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판매사 책임을 강화하며 교과서에도 없는 사모펀드 형태로 정착이 됐다”고 비판했다. 또 “빅테크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열어 주며 ‘은행을 위협하는 메기가 되게 하겠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하겠다’ 했는데 정작 둘 다 안 되고 은행의 불만만 고조시켜 결국 현재의 금산분리 논리까지 오게 됐다”며 “빅테크 인터넷전문은행 인허가 과정부터 사후적 성과까지 먼저 올바르게 판단하는 게 순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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