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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라이트벤처스 싱가포르 법인 설립, 동남아 영역 확장 박차

김예린 기자I 2022.05.09 17:31:29

내년 초 본격화할 GCF 자펀드 운용 대비 헤드쿼터 마련
'에코시스템' 구축 초점 맞춰 해외펀드 결성 목적도
국내 중견·중소 기업과 해외기업 연결해 기술 이전에 박차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인라이트벤처스가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우고 동남아시아 영역 확장에 나선다. 결성 중인 녹색기후기금(GCF) 자펀드를 원활하게 운용하는 한편, 향후 글로벌 펀드 조성을 위한 환경을 마련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 신사업 모색과 진출을 지원하는 투자 활동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크로스보더(국경간 거래) 투자를 통해 국내외 기업을 연결하는 가교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인라이트벤처스 로고. 사진=인라이트벤처스 누리집 갈무리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인라이트벤처스는 오는 7월 싱가포르 내 현지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올해 말 유엔 산하 GCF 자펀드를 론칭하고 내년 본격적으로 운영할 것에 대비해 현지 거점을 마련하는 차원이다. 해당 펀드를 통해 국내 중소·중견기업 중 스마트시티와 수자원, 푸드테크 등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 동남아 현지 업체에 기술 이전을 할 수 있도록 컨설팅부터 투자까지 다방면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이 동남아 업체와 현지에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면 해당 법인에 투자하는 구조다.

GCF는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유엔 산하 국제금융기구다. 인라이트벤처스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센토벤처스와 공동 위탁운용사(Co-GP)를 구성해 지난해 8월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 운용사로서 인라이트는 총 2억달러 규모의 자펀드를 결성할 계획으로, GCF가 약정총액의 절반을 납입하고 나머지 금액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출자를 통해 채워야 한다. 1차 클로징은 1억 2500만 달러로 현재 70%가량 결성을 마무리 중이다. 현재 출자자 모집과 함께 동남아시아 투자 인프라와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이번 싱가포르 법인 설립은 동남아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글로벌 시장의 화두이자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인라이트벤처스는 해외 진출 방향으로 현지 에코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ESG 분야는 해외 투자 시장이 국내보다 성숙하게 발달해있기 때문에 글로벌 LP들로부터 자금 조달하는 것이 추후 글로벌 펀드를 조성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히 싱가포르는 베트남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각 지역들과 소통하기에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 아울러 금융과 그린 정책의 중심지로 많은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이 헤드쿼터를 두고 있는 만큼, 인라이트벤처스 역시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해 동남아 진출 발판을 마련하고 해외 출자 규모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싱가포르 제도상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대표 펀드매니저가 라이선스를 따야 하는데, 취득 조건에 대표 펀드매니저가 현지에 일정 기간 거주해야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법인을 설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라이트벤처스는 기존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도맡아왔다. 지난해 삼성그룹 계열사 등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출자를 받는 민간 LP 투자조합인 SD 전략펀드 1·2·3호(총 670억원 규모)를 결성한 것이 일례다. 대기업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그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업을 찾다 보니, 자율주행 등 자율자동화(오토노머스)와 ESG 기술을 보유한 해외 스타트업 위주로 투자하면서 해외로 눈 돌리게 됐다는 것이 인라이트벤처스 측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SD 전략펀드를 통해 전기차 탑재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연구하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스토어닷과 차량용 디지털 반도체 라이다(LiDAR) 업체 센스포토닉스에 투자했다. 스토어닷은 올해 해외 미국 나스닥에 3조원 이상 밸류를 목표로 상장할 예정이어서 회수 기대주로도 꼽힌다. 싱가포르 거점을 통해 고성장 가능한 해외 기술기업 발굴·투자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인라이트벤처스에서 해외투자를 맡고 있는 김용민 대표는 “우리가 추구하는 바는 국내외 사업체를 연결함으로써 도와주는 형태의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단순 투자를 넘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오픈이노베이션은 물론 대기업의 해외 신기술 확보, 중견·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 등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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