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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가구가 있는 8층짜리 이 건물은 2018년 2월 부동산 공매 절차에 들어갔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공매 진행형이다. 2014년 3월부터 건물을 소유했던 이모(63)씨가 2015년 4월 무궁화신탁에 소유권을 이전하고 공매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깡통전세’ 사기로 세입자를 받았다. 부동산을 담보로 약 54억원을 대출해 준 우선수익자인 새마을금고에서 공매 요청을 하면서 세입자 약 40명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다.
이곳 5평 남짓한 원룸에 입주해 살던 세입자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과 학생들이었다. 2018년 2월 ‘신탁부동산 공매 예정 안내문’이 갑작스럽게 날아오면서 가구당 6000만~7000만원 전세보증금이 꼼짝없이 묶였다.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후순위 세입자 30명의 전세보증금은 약 25억원 규모에 달하는 걸로 알려졌다.
임대인 이씨는 보증금 반환 없이 소유권을 넘기고 국세 체납 등으로 구속된 상황이다. 이 건물이 80억원 이상에 팔려야 우선수익자의 몫을 제외하고 남은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온전히 찾아 떠날 수 있는데, 시세와 맞지 않아 공매가 수차례 유찰됐다. 이 때문에 수년간 처분이 되지 않은 채 사실상 집주인과 관리인 없이 유치권을 행사하는 세입자 20가구 정도만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방치된 건물이 ‘슬럼화’가 되면서 관리에 문제가 생겼다. 건물 안팎의 벽면 곳곳엔 균열이 발생했고 일부 층은 복도 등이 나간 채로 방치돼 어두컴컴했다. 사서함의 각종 우편물은 수북하다 못해 땅바닥까지 넘쳐났다. 건물 내외부 청소와 쓰레기 분리수거, 주차 관리도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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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입주해 현재까지 거주 중인 직장인 최모(35)씨는 “남은 세입자들이 모여 임대인·부동산중개인에 대한 형사 처벌과 보증금 반환을 위한 소송 등 공동 대응을 5년째 해오고 있다”며 “건물 관리를 위해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까지 취득해 직장 다니면서 틈틈이 살피고, 청소와 각종 시설 점검은 외주 업체에 맡기고 있는데 관리가 잘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본적 건물 관리·유지를 위해 월 200만원 안팎으로 공용 비용이 발생하는데,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 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한 채 개인 사정으로 먼저 떠나는 세입자들이 늘면서 관리비 충당도 버거운 현실”이라고 했다.
역시 6년 전 입주했던 다른 세입자 김모(36)씨는 최근 이곳을 떠났다.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곳에 묶인 전세보증금으로 애를 먹었다. 김씨는 “신혼집으로 전입신고를 해야 해서 이곳은 법원에 ‘임차권등기 명령’을 신청해두고 일단 이주해서 보증금 전액 반환을 위한 소송 등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택임차권등기는 전입신고와 실거주가 이탈해도 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과 최우선변제권 등이 유지되는 효과가 있다.
이곳 외에도 임대인 이씨가 소유했던 인근 당산동과 문래동 다가구주택 2개동 100여가구는 공매와 세입자 우선매수 등으로 매각이 완료됐다. 하지만 적잖은 세입자들은 아직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명도비 명목으로 수백만원만 받고 내몰린 상태다. 프리랜서 김모(37·여)씨는 “이곳에 입주했다가 전세사기 피해를 입고 건물이 팔려 어쩔 수 없이 명도비 600만원만 받고 일단 이사했다”며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 5000만원에 대한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과연 언제 돌려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숨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