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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영끌 없어졌나…가계대출 3개월 연속 감소(종합)

노희준 기자I 2022.04.13 15:42:53

3월 가계대출 전월비 3.6조↓…감소폭 12배로 커져
은행권은 4개월 연속 감소세…4월도 감소세 여전
주담대 3조↑, 신용 등 기타대출 6.6조↓
금리 급등, 주택시장 급랭, DSR강화 영향

[이데일리 노희준 서대웅 기자] 금융권 가계대출 시장이 심상치 않다. 대출금리 급등과 주택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석 달 연속으로 감소했다. 감소폭도 크게 확대됐다.

은행권은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넉 달째 가계대출이 감소한 데 이어 5대 시중은행은 4월 첫주까지도 가계대출 감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소폭 늘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감소세가 커지며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주도하고 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가계대출 전월대비 3.6조 감소…3개월 연속

금융위원회는 3월 중 은행과 비은행권을 합한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이 3조6000억원 감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1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감소폭은 전월(3000억원 감소)의 12배로 대폭 확대됐다.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급감한 것은 소위 ‘영끌’과 ‘빚투’로 대변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의 감소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대출은 은행 및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6조6000억원 감소해 지난해 12월부터 넉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감소폭도 전월대비 2.3배로 크게 확대됐다. 같은 기간 주담대는 3조원 늘어 전월(2조6000억원)대비 증가폭이 소폭 확대됐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7조원 넘게 증가하던 것에 견주면 절반 넘게 쪼그라든 모양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 가계대출이 1조원 감소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넉 달 연속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이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한은이 2004년 관련 통계 속보치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전 금융권과 마찬가지로 기타대출이 크게 줄어서다.

은행권 기타대출은 신용대출이 2조6000억원 감소한 것을 비롯해 3조1000억원 감소했다. 전월(2조원 감소)보다 감소폭이 1.6배 커졌다. 은행권 주담대는 2조1000억원 늘어 지난달(1조7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소폭 확대됐다. 집단대출(1조2000억원)과 전세대출(1조2000억원)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었다.

이에 따라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의 전년동월 대비 증가율은 4.7%를 기록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둔화세를 지속하고 있다.

2금융권 역시 가계대출이 2조6000억원 감소해 전월(1000억원 감소) 대비 감소폭이 26배로 확대됐다. 넉 달째 감소세다. 신협,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상호금융권은 가계대출이 2월 6000억원 준 데 이어 3월에도 1조9000억원 축소됐다.

변제호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3월중 가계대출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대출금리 상승,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시행 등에 따른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주택거래 감소세 등에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2월 중 4만3000호를 기록, 5년 평균 거래량 7만6000호를 크게 하회했다. 올해 1월부터 가계는 DSR규제에 따라 전금융권에서 빌린 대출 원리금이 소득의 40%가 될 때까지만 빌릴 수 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4월도 감소세

관심은 앞으로도 이같은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질지 여부다.

은행권 가계대출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4월 첫주까지 감소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8일 현재 702조269억원으로 3월말보다 1조1668억원 감소했다. 작년말과 비교하면 7조260억원이나 줄었다. 주담대와 신용대출이 각각 전월보다 6598억원, 4433조원 감소한 여파다.

은행권은 가계대출이 줄어들자 금리 인하와 대출 한도 확대 등으로 대출 문턱 낮추기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대출을 늘리며 전체적인 원화대출의 급격한 축소를 제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중은행 한 여신 담당 부행장은 “가계대출이 줄고 있지만 아직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올해 대출 목표치 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대출로 충분히 가계대출 감소분을 만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3월 중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8조6000억원 증가해 2020년 3월 팬데믹(18조7000억원) 다음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이 늘었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2조9000억원)등 중소기업 대출이 7조7000억원 늘었다. 이 역시 3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전반적인 정부의 가계대출 정책 기조가 완화되지 않겠느냐”며 “가계대출 감소세가 계속해서 유지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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