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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이주영 해수부 장관 '진정성 어린 퇴장'

김상윤 기자I 2014.12.23 16:54:24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백발의 덥수룩한 머리와 흰 수염’은 이주영(64) 해양수산부 장관의 트레이드마크다. 이제 그가 말끔한 얼굴로 돌아간다. 세월호 사태가 터진 이후 136일 동안 지켰던 팽목항을 떠나면서 수염만 깎았지만, 사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에 백발은 여전히 유지했던 그다. 이젠 검고 단정한 짧은 머리로 여의도에 복귀한다.

판사 출신에 4선(경남 마산)의 여당 중진 의원으로 잘 나갔던 그였지만 장관의 시간은 곡절에 곡절의 연속이었다. 윤진숙 전 장관의 갑작스러운 중도 하차로 그는 지난 3월 6일 취임했지만 한 달 만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실세 장관’으로서 윤 전 장관의 퇴진으로 입은 조직의 상처를 봉합하고 해양수산업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려는 찰나였다.

결국 그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장관 소임을 하기보다는 진도에서 ‘팽목항 지킴이’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갖은 질타와 원망은 다 받았다. 어쩌면 참사 직후 자리를 내려놓는 게 더 편하고 쉬운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던 그때 그는 묵묵히 ‘죄인이 된 심정’으로 유가족들의 원망을 감내하는 길을 선택했다. 진도 체육관에 발조차 들이밀 수 없을 정도였던 그였지만 간이침대에서 유가족과 동고동락한 ‘진정성’에 유가족들도 차츰 마음을 열었다.

당시 현 정부에 비판적인 서울대 조국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송에서 그의 초췌하고 초라한 행색이 비칠 때 ‘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서울에 가지 않고 줄곧 진도군청 간이침대에서 생활한다는 소식에 진심을 느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지난 7월 “세월호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면 장관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지만 사표 수리가 이만큼 늦어진 것도 이 같은 그의 진정성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해수부 업무에도 손을 놓지는 않았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다가서며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던 이 장관은 투자의 관점에서도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철학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9월 장관으로는 이례적으로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상대로 직접 프리젠테이션에 나서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장관은 “거웨인이 아서왕을 위해 추한 마녀와 결혼했지만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 덕분에 마녀가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하게 됐다”면서 “해양수산분야가 지금은 노후화됐지만 관심을 갖고 투자하면 멋진 산업으로 변신할 수 있다”며 해양수산분야에 투자를 독려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를 높이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23일 열린 국무회의 자리에서 이 장관의 사표 수리를 알리며 “국민에게 봉사해야 하는 공직자의 참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어느 자리에서든지 나라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에 복귀할 전망이다. 내년 5월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수습과정에서 보인 진정성은 결과적으로 그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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