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中안방보험, 알리안츠생명 인수 '원점' 우려

문승관 기자I 2016.08.08 16:40:43
중국 보험사 시장점유율 추이 변화(자료 : 크레디트 스위스) 2016년6월말 현재 기준.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지난 4월 알리안츠생명 인수계약을 체결한 중국의 안방보험이 4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한국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지 않고 있다. 중국 보험감독위원회(보감위)가 안방보험의 해외 투자에 대해 제동을 건 데다 지난 5월부터 현장 검사반을 파견해 안방보험의 자금출처와 해외 투자 전반에 대한 ‘현미경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알리안츠생명 인수를 진두지휘한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을 비롯해 이사회 멤버까지 중국 금융당국에서 샅샅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알리안츠생명 인수가 사실상 물거품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中보감위, 3개월째 조사…그림자 금융 단속

중국 보감위는 지난 5월부터 석 달째 안방보험에 검사단을 파견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 안방보험의 자산은 기존보다 5배나 증가했지만 관련된 투자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올해 5월말 현재 안방보험이 해외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280억4000만 달러(31조22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억 달러(1조9000억원)가 늘어났다.

중국 금융당국이 안방보험을 집중적으로 검사하는 것은 ‘그림자 금융’ 단속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09년 말부터 중국 정부는 은행대출 등에 기반을 둔 WMPs(Wealth Management Products) 발행 물량을 제한해오고 있다. WMPs는 일종의 재테크 금융상품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중국 그림자금융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비제도권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상업은행들의 비전통적 금융상품을 통틀어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신탁과 WMPs로서 20조 위안 규모이며 국내총생산(GDP)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안방보험은 WMPs를 통해 2014년부터 2년간 자산이 5배나 증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안방보험이 지난 2014년 WMPs를 통해 벌어들인 금액이 29억 위안(4800억원)에서 2년 새 114억 위안(1조9000억원)에 이른다”며 “이러한 자산을 바탕으로 해외 자산 인수에 나섰고 늘어난 자산을 고려한다면 지금까지 사들인 해외 자산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설명했다.

보감위는 안방보험의 급속한 성장 뒤에 가려진 자금 조달 모델을 지속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스타우드 호텔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돌연 지난 3월 인수합병(M&A)를 포기한 것도 중국 금융당국의 경고 때문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험사의 매출인 수입보험료가 급증한 데 반해 영업이익은 급감하면서 보감위가 집중적인 조사에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안방보험이 판매한 보험상품은 WMPs와 비슷한 저축성 보험상품”이라며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자산에 투자하면서 최근 들어 투자수익이 급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안방보험 측은 “당국에서 요구하는 규제 기준을 초과하는 보험상품 또는 금융투자 상품에 대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제품 설계 당시부터 고려해 이를 지켜왔다”고 주장했다.

◇유탄 맞은 알리안츠생명 인수

중국 금융당국의 강력한 제재는 결국 안방보험의 알리안츠생명 인수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4월 인수계약을 체결했지만 5월 중국 보감위의 검사가 이뤄지면서 해외 투자도 전면 멈춰 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한국 금융당국에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4개월째 미뤄오는 것은 내부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애초 한국에서는 안방보험이 자본 확충 등의 문제 때문에 알리안츠 인수에 부담을 느낀 데다 민영화 절차에 돌입하는 우리은행 지분 매입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을 원인으로 꼽았지만 중국 금융당국의 강한 압박이 더 큰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알리안츠생명 인수가 원점으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방보험에 정통한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안방보험 회장을 비롯해 이사회 멤버 모두 감독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며 “검사가 끝난 뒤에는 안방보험 경영진이 대거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국내는 물론 해외 투자의 방향도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안방보험이 갑작스럽게 알리안츠 인수를 포기하면 다시 한번 보험업계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고 우려하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