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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죽어야 우리가 산다'..업황 최악 치닫는 해운업계

최선 기자I 2016.02.15 15:40:04

해운업 동향 지수 BDI 사상 최저 290 기록
국제경기 악화로 수요공급 불일치 현상 지속

[이데일리 최선 기자] 국제적인 시장 불황으로 위기에 빠진 해운업계가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전 세계적인 장기침체로 인해 운송 가능한 수출입 화물이 크게 줄어들면서 일감을 찾는 해운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으로 업체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운임료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해운업체들은 하루하루 난관을 극복해나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누군가가 죽어야 누군가가 사는 생존경쟁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5일 영국 런던 발틱해운거래소 등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지난 11일 사상 최저치인 290까지 떨어졌다. 이는 BDI가 1096을 기록했던 2년 전과 비교하면 4분의 1로 급락한 수준이다. 이 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4년 이후 3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기도 하다. BDI의 손익분기점은 100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BDI는 석탄, 철광석과 같은 원자재나 곡물을 실어나르는 배인 벌크선의 시황을 나타내는 지수다. 무역 거래가 활발해지면 이 지수는 오르지만 거래가 축소될수록 떨어진다. 현재 국제 무역 거래활동이 최악 수준이라는 얘기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일어난 지 7~8년이 다 돼가지만 해운업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현재 해운사들은 인도, 파키스탄, 중국 등지에서 도산할 조짐을 보이는 외국 기업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 불거질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011200)은 지난해 매출 5조7665억원, 영업손실 2535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4434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그룹 매출의 70%를 책임지고 있는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현대증권의 재매각은 물론 사재를 출연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은 고강도 자구안을 이달초 발표했다.

앞서 법정관리를 경험했던 일부 해운업체들은 체질 개선을 통해 난관을 버텨나가고 있다. 팬오션(028670)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7.1% 증가한 2297억원을 기록했고, 대한해운(005880)은 전년대비 12.5% 감소한 8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8분기 연속 흑자경영을 이어갔다.

이는 화주와의 장기 운송계약을 통해 운임료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매출에서 장기 운송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한해운의 경우 80%, 팬오션은 40%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화주와의 두터운 신뢰관계를 쌓아온 탓에 우리 업체들이 크게 동요되지 않고 난국을 잘 헤쳐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선진국의 경우 해운업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우리 업체들은 그렇다할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BDI 최근 1년 추이(자료: 한국선주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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