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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수입 속도전' 일축한 정부…"병해충 유입 시 피해 더 커"

이지은 기자I 2024.03.11 16:35:55

농식품부 '과일류 수입위험분석 절차 설명 간담회'
식물방역법 근거해 생략 불가…전 세계 통용 기준
사과 수입 11개국 진행 중…일본은 8단계 중 5단계
2015년 과수화상병 사태…"타 품목 수출 중단 우려"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뛰어오른 사과값을 잡기 위해서는 국내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의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축소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제협약에 따라 진행되는 전 세계 공통의 절차인 데다가, 사과를 통해 외래 병해충이 유입될 시 다른 농산물들의 수출길도 모두 막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과 등 과일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는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과일류 등 수입위험분석 절차 설명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통계청의 ‘2024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수급 문제가 이어진 사과와 배는 각각 71.0%, 61.1% 올라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1년 주기로 출하되는 상품 특성상 당장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묘수가 없어 과일 물가는 상반기 내내 고공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나라 국산 과일 소비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사과의 경우, 오는 7월 조생종이 공급될 때까지 가격 강세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국산 사과 수입 요구가 이어지고 있으나 정부는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물가와는 별개로 이뤄지는 과학적 절차라고 선을 그었다. 즉 정책적 필요성에 의해 선택적으로 일부 품목을 빨리 진행할 수 없다는 의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는 우리나라 식물방역법 및 시행규칙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절차를 임의로 생략할 수 없다. 국제식물보호협약(IPPC), 세계무역기구 동식물위생·검역조치(WTO SPS) 등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기도 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위험분석 절차의 제도적 목적은 외래 병해충으로부터 우리 농업의 생산기반을 안전하게 유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식량안보와 국민 생명 보호, 경제 안정 등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절차는 총 8단계로 이뤄지는데, 각 단계별로 양국의 의견이 수렴돼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건너뛸 수 없는 본질적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 사과 수입을 요청한 나라는 11개국이다. 이중 일본과 검역 협상 절차가 가장 많이 진행됐지만, 지난 2015년부터 5단계(위험관리방안 작성)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분석 과정에서 동북아 지역에 특정된 나방류의 병해충이 발견됐는데, 이를 관리하는 방안을 두고 양국이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일본과의 검역 우선순위는 사과에서 배로 전환됐다. 현재도 해당 병해충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나오지 않아 남은 단계를 완료하기까지 소요 기간을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자료=농식품부)
정부는 외래 병해충 유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농산물의 생산량 감소와 상품성 저하 등으로 농가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미국에서 불법 반입된 묘목을 통해 들어온 과수화상병이 대표적 사례다. 이로 인해 지난해까지 국내 34개 시군에 퍼지면서 매년 평균 247억원의 손실보상과 365억원의 방제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과와 관련된 병해충인 과실파리류나 잎말이나방류에는 광식성(동물의 먹이 선택 범위가 넓은 성질)이 있어서 파프리카와 배, 딸기, 포도, 감귤 단감 등에 모두 서식할 수 있다”며 “이들 품목의 수출이 중단될 우려가 있고, 다시 재개하려면 절차를 거쳐야 해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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