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 분석해보니
21대 총선 법조계 후보자 당선율 38.3%
"유권자 기대 반영…경력단절 기회비용↓"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전문직군 중 법조계 출신 의원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선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과 상반된 결과다.
| 변호사 출신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4·10 총선 후보 공천 면접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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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의원 중 정당인 64인(21.3%)을 제외한 단일 전문직군 중에서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이 46명(15.3%)으로 많았다. 다음으로 △관계(공무원) 출신 43명(14.3%) △지방 선출직(의원·단체장) 39명(14%) △사회단체 37명(12.3%) △언론계 26명(8.7%)이 뒤를 이었다.
역대 법조인 출신 의원 비율은 △20대 국회 49명(16.3%) △21대 국회 46명(15.3%)으로 10% 중반대 수준을 유지했다. 21대 총선에 출마한 법조계 출신 후보자가 117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법조계 후보자의 당선율은 39.3%로 높았다.
입법조사처는 “법조인 출신이 많은 이유는 법률전문가로서 교육과정과 실전 경험이 의원에게 요구되는 입법 전문성과 직결된다고 평가하는 정당과 유권자들의 기대를 들 수 있다”며 “출마에 따른 경력단절의 기회비용이 적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제21대 국회의원의 직업배경. (자료=국회입법조사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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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의회의 변호사 출신 의원 비율을 보면 미국 연방하원은 30%, 독일 연방하원은 22.8%로 높은 편에 속했다. 118대 미국 연방의회의 경우 하원의원 435인 중 로스쿨 졸업 후 법무 경험을 가진 하원의원은 130인(30%), 판·검사 출신 의원은 41인(9.4%)이다. 독일은 변호사 출신 하원의원이 168인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에 영국 하원은 7.2%, 프랑스 하원은 4.8%로 나타났다. 영국은 수십 년 동안 법조계 출신 하원의원이 감소세를 보인 반면, 지방의원 등 정치인 출신 하원의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는 제16대 국민의회 577인 중 기업 임원, 교육계, 의·약사 등 전문직에 이어 변호사 출신 의원이 28인으로 가장 적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일본의 변호사 출신 중의원은 주요 5개국 중에서 가장 낮은 3%를 차지했다. 일본의 경우 여전히 정치인 집안 출신 ‘세습의원’이 강력한 인재 풀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법조사처는 “국가별로 전문직군으로서 변호사 위상이 상이하고 후보자 공천 시스템 역시 변호사의 충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 주요국 의회(하원)의 변호사 출신 의원 비율. (자료=국회입법조사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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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법조인 경력이 입법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회를 대상으로 한 경험적인 연구에 따르면 법조인 출신 의원은 사법 관련 입법활동에서 비법조인 출신 의원과 차이를 보이지만, 법안 발의나 가결률 등 전반적인 입법활동의 성과 측면에선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법조계 출신이 양대 정당의 이념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변호사의 이익을 수호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영국·일본도 선출직 공직자나 공무원 출신 의원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점을 주목했다. 입법조사처는 “미국과 영국은 공무원이나 선출직 공직자 출신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정치의 영역’이 전문적인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