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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美전술핵 공유 원한다면 낡은 핵 저장시설부터 고쳐라"

권오석 기자I 2023.05.23 18:46:30

[만났습니다①]브루스 배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1991년까지 韓 안전한 시설에 美 전술핵 보관
유럽에 쏠린 美 전술핵…부족 문제부터 해결해야
확장억제 강화 `워싱턴 선언` 韓에 유리한 합의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한국의 핵무기 저장시설들이 개조되거나 교체된다면, 미국은 전술핵무기를 한반도로 매우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

미국 내 한반도 외교·군사·안보 분야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71·사진)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될 가능성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1991년까지 미국은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고, 고도로 안전한 저장시설에 보관했었다. 그 시설들은 이제 수십년이 지났고 개조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지한파`인 그는 조건부로 한국에 미국 전술핵 재배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냉전기 시절인 1958~1991년 오산·군산 공군기지 등에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돼 있었다.

북한의 무분별한 무력 도발과 핵미사일 위협으로,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이에 반대할 것이며, 특히 한미 `워싱턴 선언`에서 윤 대통령이 핵무장론을 일축한 점 등을 들어 독자 핵무장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대신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는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나,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전술핵무기 200여개 중 100여개는 유럽에 있고 나머지 100여개는 유럽 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예비용으로 보유하고 있다. 전술핵무기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미국은 당장 한국에 전술핵을 보낼 순 없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선언` 그 자체는 한국에 유리한 합의라고 강조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올해 1월에 요청한 내용에 대한 답변”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외교·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독자 핵무장론을 시사했고, 미국이 강화된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신설 및 전략핵잠수함(SSBN) 등의 상시 배치와 같은 진전된 조치에 나섰다는 것이다.

(사진=미 랜드연구소)
다음은 베넷 선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

-북한을 대화로 이끌고 평화를 모색할 방법은.

△고대 철학자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만약 한국이 어떠한 분쟁에서도 북한을 이길 준비가 돼 있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국을 공격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김 위원장은 핵·미사일 개발 제한을 거부했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한 방어 능력을 강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에 도발을 줄이고 협상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하나.

△그렇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를 고려할 때 이것은 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미 양국은 북한과 협력하는 중국 기업에 대해서는 2차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한국의 대북 강경 기조를 평가한다면.

△한반도를 지배하고 싶은 김 위원장은 한국의 강경 기조에 불만이 있다. 북한이 300~500개의 핵무기를 만들기 전에, 이런 강경 기조가 북핵 개발을 억제하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강경 기조는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도 내포한다.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미국 정부는 한국의 핵무기 발전에 반대할 것임을 매우 분명하게 밝혔다. 그리고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은 윤 대통령이 핵무장에 동의하지 않도록 했다.

-워싱턴 선언은 한국에 유리한 합의인가

△그렇다. 워싱턴 선언은 한국에 매우 우호적이다. 윤 대통령이 올해 1월에 요청한 내용에 대한 답변이다. 그러나 워싱턴 선언의 전략적 모호성이 해소돼야 한국의 이익이 얼마나 잘 지켜질지 알 수 있다.

-미국의 과연 위험을 감수하고 북한에 대해 핵대응에 나설까.

△그것은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고, 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모르기 때문에 확실한 답변을 할 순 없다. 그러나 2018년과 2022년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s)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북한 정권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하 깊은 곳에 숨을 가능성이 크다. 2005년 미국 국립 아카데미의 한 연구에서 `정밀 재래식 무기는 그러한 시설들을 파괴할 수 없고 오직 핵무기만이 파괴할 수 있다`고 했었다. 미국은 북한의 핵 공격에 대응해 핵무기를 사용하는 조치(김정은 정권의 파괴)를 취하기로 약속했고, 핵무기로 보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에 핵무기 저장시설만 있다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는데.

△1991년까지 미국은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고, 고도로 안전한 저장시설에 보관했었다. 그 시설들은 이제 수십년이 지났고 개조가 필요할 것 같다. 비상사태 속에서, 이러한 시설이 없다면 미국은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만약 그 시설들이 개조되거나 교체된다면, 심각한 위기에 처한 미국은 전술핵무기를 한반도로 매우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 다만 미국은 전술핵무기를 200여개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 100여개는 유럽에 있고 나머지 100여개는 유럽 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예비용으로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전술핵무기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미국은 당장 한국에 전술핵을 보낼 순 없다.

-올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은.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핵무기 소형화를 달성했는지 여부에 달렸다. 김 위원장은 고위력 소형 핵무기를 원하지만, 그의 과학자들은 그러한 핵무기를 생산할 바탕이 없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에 제공하고 있는 재래식 무기의 대가로 핵무기 기술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심각한 국제적 압박에 직면하기 전에, 소수의 핵무기 실험을 할 수밖에 없다. 그가 소형 핵무기 디자인이 준비됐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시험하겠지만 2023년에는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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