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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과속, 전방위 플랫폼 규제 부를라…무거운 책임감 필요

김현아 기자I 2021.09.09 17:27:25

김범수도 몰랐던 모빌리티 요금인상 시도
카카오 내부에서도 질책 이어져
사회적 책임 부족이 전방위 규제론 빌미 준셈
158개 계열사가 주는 오해..46개가 합쳐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군 역할도
섣부른 플랫폼 규제 카카오보다 중소상공인, 스타트업에 피해

[이데일리 김현아 노재웅 기자]
카카오 계열사 158개, 국내 118개+해외 40개(올해 5월 기준)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요금인상 시도와 포기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한 달 사이에 3건(스마트호출·바이크·모범택시)의 요금인상을 시도하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카카오가 공룡 플랫폼 그룹으로 자리잡았다. 소상공인과 약자를 대변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등 여당 주도의 플랫폼 규제 강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요금 인상 시도가 플랫폼 독과점을 우려하는 여론의 지탄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시작해 은행과 결제, 모빌리티, 커머스, 엔터테인먼트, 게임, 기업용 솔루션까지 사업을 확장한 카카오는 생활플랫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의 잘못에다 선거시기 소상공인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 이해가 맞물리면서, 충분한 논의 없이 인기영합적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이 통과될까 IT기업들은 걱정한다.

김범수도 몰랐던 요금인상 시도…사회적 책임 부실이 전방위 규제론 빌미를 줘

카카오모빌리티의 요금인상 시도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몰랐다. 김 의장은 보고 없이 요금인상을 발표한 카카오모빌리티를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번 사태를 해결할 대책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국민 생활에 민감한 택시비, 삼겹살 값, 짜장면 값 등은 기업이 맘대로 올릴 수 없는데 카카오모빌리티가 커다란 잘못을 했다”면서 “내부에서는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요금인상에는 IPO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영업이익 극대화라는 경영 압박이 작용했겠지만, 생활플랫폼이 된 카카오가 맘대로 요금을 인상하려 한 부분에 대한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1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4년 연속 적자 상태이긴 하다.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카카오의 슬로건이 ‘오늘도 일상을 바꾸는 중’이라는 것인데 뒤집어 말하면 카카오가 어떤 정책을 쓰면 일상이 바뀔 수도 있다는 의미”라면서 “그러니 가격을 올리거나 조금이라도 일상이 나쁜 쪽으로 가면 지탄받을 수 있다. 더욱 무거운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158개 계열사 논란

하지만, 카카오 계열사가 158개(국내 118개+해외 40개·올해 5월 기준)나 되는 걸 두고 ‘문어발 확장’으로 봐야 하는가는 논란이다. 해외까지 합치면SK그룹은 계열사가 500개가 넘고, 네이버도 140개가 넘는다.

이데일리가 확인한 올해 5월 기준 카카오 계열사의 사업분야는 △콘텐츠·창작 86개(국내 59개, 해외 27개)△기술(모빌리티-AI-블록체인)23개(국내 19개, 해외 4개)△벤처·투자육성 14개(국내 12개, 해외 2개·카카오벤처스/인베스트먼트 계열)△금융·핀테크 5개(국내 5개)△카카오 사업과 무관한 특수관계인 지분 보유사 14개(국내 11개, 해외 3개)△기타 16개(국내 11개, 해외 5개·카카오 및 고객센터, 소멸/계열제외 예정 법인 등)였다.

그런데 웹툰·웹소설을 하는 카카오페이지 계열이 10개, 연예기획사·제작사·매니지먼트·콘텐츠 유통 등 36개사를 거느렸던 카카오M이 합쳐져 사실상 46개 회사가 1개 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재출범하는 등 카카오는 시기에 따라 계열사 숫자가 크게 바뀌는 특징이 있다.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사실상 46개 회사를 합쳐 1개로 만든셈이다. 이처럼 카카오는 각 계열사를 컴포넌트로 보고 이를 경영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뗐다 붙이는 객체지향형 경영 방식을 취한다”며 “과거 재벌들이 전혀 관계없는 사업 분야에 자본력을 무기로 문어발 식으로 진출했던 것과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카카오 외부에서는 ‘무료 문자’라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출발했던 카카오가 플랫폼 독과점 논란을 피하려면, 국내 시장에서 사업 분야를 늘리기 보다는 해외 진출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카카오도 이제 국내 시장에서의 플랫폼 확장 뿐 아니라 IT 인재를 키워 미래 산업 역군으로 만드는 일이나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 신경써야 한다”면서 “10년 전 공룡 네이버 논란 때 네이버가 일본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독과점 논란을 피했듯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웹소설·드라마가 수많은 국내 창작자들을 도와 K-한류를 이끈다면, 카카오 공화국에 대한 우려보다는 국민기업으로 존경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군 역할은 인정해야

박 대표는 “카카오 계열사 중 14개는 벤처 투자로 계열사로 된 곳인데, 엑시트(자본회수)를 원하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많은 상황에서 카카오의 투자와 인수를 무조건 욕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카카오는 지난 8년간 스타트업 생태계에 약 4300억원을 투자했고, 스타트업 CEO들 중에서는 카카오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카카오택시 서비스의 오픈을 총괄했던 정주환 전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카카오가 인수한 써니로프트를 통해 카카오에 입사했고, 카카오내비는 카카오가 2015년 인수한 록앤올을 통해 확장해왔다. 록앤올의 대표였던 박종환 전 대표는 스타트업계로 돌아가 인수자금으로 재창업을 하고 후배 스타트업을 키우고 있으며, 청소연구소 연현주 대표, 당근마켓 김재현·김용현 공동대표,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등은 카카오에서 일하다 스타트업을 창업한 사람들이다.

섣부른 플랫폼 규제는 카카오보다 중소상공인, 스타트업에 치명적


카카오의 과속을 이유로 정부 여당이 충분한 조사나 논의 없이 플랫폼 규제에 나서면 중소상공인과 스타트업들이 되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가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 거대 플랫폼의 갑질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중소상공인과 스타트업에 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경제적 효과도 발표됐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 글로벌경영학트랙 교수는 공정위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및 전자상거래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영세 및 신규업체의 수익성 악화 및 성장 기회 상실이 우려된다”며 “이 때 추정되는 경제적 효과는 거래액 감소 13.4조 원, 생산 감소 18.1조 원, 취업유발 감소 22만 명”이라고 말했다.

이는 △플랫폼 업체와 입점 업체 계약서 작성 의무화는 대기업 상품보다 적게 팔리는 중소 상공인 입점 제한으로 이어지고 △소비자 피해 발생 시 플랫폼에도 연대책임을 주면 플랫폼들은 중소상공인들에게 제3자 배상책임보험료를 요구할 것이며 △맞춤형 광고와 일반광고를 반드시 소비자 선택이후 제공하게 하면 맞춤 광고 축소로 이어져 영세 입점 업체들에게 마케팅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전 교수는 “플랫폼이 돈을 잘 버니 갑질을 할 것이라고 미리 예상해 온플법을 하자는 것은 정치권에서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서 “전자상거래법 개정으로 당근마켓의 비즈니스 모델이 바뀔 뻔하지 않았나. 전자상거래 방식의 다양성이 줄면 무한경쟁 속에서 실험하면서 움직여야 하는 스타트업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온플법 규제 대상이 되는 100억 원 매출은 공정위는 20여 개 플랫폼이 해당할 것이라고 하지만, 회원사들을 상대로 전수 조사해보니 100개 기업이 넘었다. 온플법은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유통업법을 그대로 따랐다는 걸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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