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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로펌 변호사,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못한다…자격요건 강화

조용석 기자I 2023.07.27 16:00:00

[2023세법개정]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결격규정
매출 100억 이상 대형로펌 변호사 등 위촉 불가
기재부 “조세심판 공정성 제고”…시행령 개정사안
“역량 뛰어난 비상임심판관 위촉 어려워져” 우려도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앞으로 김앤장 등 대형로펌 변호사들은 조세심판원의 비상임조세심판관으로 위촉할 수 없게 됐다. 국세와 지방세 불복사건을 모두 담당하는 조세심판원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다만 자격요건 강화로 국제조세 등 분야에서는 비상임심판관 인재풀이 협소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한 조세심판원을 황정훈 원장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기획재정부가 27일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국세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비상임조세심판관 위촉 시 결격사유 규정’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결격사유 규정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심사대상기관의 규모 및 범위에 따른다.

이에 따라 앞으로 매출(외형거래액) 100억원 이상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 소속 변호사 및 회계사, 매출 50억원 이상 세무법인 세무사는 비상임심판관으로 위촉할 수 없다. 또 해당 법무·회계·세무법인에서 퇴직한지 3년이 되지 않은 경우와 세무사법에 따라 징계를 받은 이들도 비상임심판관이 될 수 없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김앤장,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등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나 회계사는 조세심판원에서 비상임심판관으로 활동할 수 없게 된다.

조세심판원은 납세자가 국세청의 과세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을 청구하는 기관이다. 납세자는 조세심판원 결정에 불복해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과세당국은 불복하지 못하기에 권한이 강력하다. 국세청 및 감사원에도 조세불복 심사를 청구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사건은 조세심판원에서 진행된다.

조세심판원의 심판관회의는 상임심판관 2명과 비상임심판관 2명 등 4명으로 구성되기에 비상임심판관의 결정권한도 크다. 하지만 현재는 비상임심판관 자격요건에 대한 규정만 있었을 뿐 결격사유 규정이 없기에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들도 포함될 수 있다. 조세심판원은 비상임심판관의 명단(현재 35명)은 별도로 공개하지 않기에 현재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가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학계 등에서는 대형 조세사건을 많이 수임하는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 등이 비상임심판관으로 활동하면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해당 사건을 대리한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가 비상임심판관이 됐을 경우 제척 등의 조치를 할 수는 있겠으나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비상임심판관 경력이 있는 서울지역 한 법학전문대학원 소속 교수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대형로펌에 대해서만 비상임심판관 결격사유를 규정한 것은 부족하다”며 “현직 변호사나 회계사 등은 일절 비상임심판관을 할 수 없게 하는 등의 장치가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역량이 뛰어난 비상임심판관을 위촉하기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형 조세사건이 대부분이 대형로펌이 수임하고 있기에 역량있는 조세 변호사 등 전문가 대부분이 대형로펌 소속이기 때문이다. 특히 조세에서도 인재풀이 협소한 국제조세 또는 관세 분야는 더욱 비상임심판관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 조세심판원은 관세분야 비상임심판관 한명이 공석 상태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결격사유 규정은 따로 없지만 최근 10년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를 비상임심판관을 위촉하지 않았다”며 “결격규정이 만들어지면 더욱 공정하게 비상임위촉 절차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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