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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국민연설 "美국민 불법 이민자로 고통…멕시코 장벽 절실"

방성훈 기자I 2019.01.09 13:36:15

백악관 집무실서 대국민연설…국가비상사태는 선포 안해
"장벽 건설예산 57억弗 필요…셧다운은 민주당 거부 탓"
"멕시코 국경서 안보·인도주의 위기 고조"
"합법 이민자는 환영…미국인, 불법 이민자로 고통"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퀸즈의 한 레스토랑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멕시코 국경장벽은 국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미국인들이 통제되지 않은(합법적이지 않은) 불법 이민자들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생중계로 대국민 연설을 진행하고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를 풍요롭게 하고 이 곳에 기여하는 수백만명의 합법적인 이민자는 환영한다”면서도 “(불법 이민자는) 공공 자원에 부담을 가중시켜 일자리와 임금을 빠르게 끌어내린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민이 피 흘리는 것을 중단시킬 것”이라며 “장벽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10분 가량 진행된 이날 연설은 CNN, 폭스뉴스 등을 통해 실시간 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래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남쪽 국경에서 안보위기와 인도주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세관 및 국경순찰대는 매일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이민자들과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벽 건설을 위해 예산 57억달러(약 6조4000억원)가 필요하며, 미국 연방정부 업무의 4분의 1을 멈춰서게 한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사태를 종결지으려면 민주당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는 “셧다운이 이어지고 있는 단 하나의 이유는 민주당이 예산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초 엄포를 놨던 국가비상사태 카드는 꺼내지 않았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국방부 예산을 동원해 일방적으로 장벽을 건설할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민주당 지도부와 만난 뒤 장병 예산을 얻지 못하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민주당은 권한 남용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연설 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국민을 인질로 잡고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날 연설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의 위기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 예산과 관련해 양보할 뜻이 없음을 재차 확인,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동안 셧다운이 진행됐던 1995년 최장 기간 기록 갱신까지는 사흘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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