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6일 페이코인 운영사 페이프로토콜이 접수한 ‘가상자산 매매업자 신고’를 불수리하기로 결정했다. 불수리 사유는 신고 요건인 ‘은행 실명계좌’를 갖추지 못해서다. 페이코인은 이용자가 PCI 코인으로 지불하고, 가맹점은 원화로 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중간에서 페이코인이 환전하고 정산해주는 구조로 운영된다. FIU는 페이코인이 가상자산 결제 과정에 ‘원화’를 다루기 때문에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실명계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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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FIU가 페이코인에 은행 실명계좌가 있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이제 검증된 ‘환전 후 정산’ 모델로 코인 결제 사업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은행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가상자산 업체에 실명계좌는 발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 9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가 도입된 이후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한 업체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5곳 뿐이다. 2019년부터 운영해온 페이코인은 320만 명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은행과 협상을 통해 실명계좌를 받을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신규 사업자들은 실명계좌 요건 때문에 시장 진입 자체를 포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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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세탁이나 이상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고객확인제도(KYC) 및 자금세탁방지(AML), 이상거래탐지(FDS) 체계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페이코인만큼 실생활에 활발히 쓰이는 가상자산은 전 세계적으로 사례가 드물다. 덕분에 가상자산 결제는 한국이 가장 앞서 가고 있는 분야가 됐다. 가상자산 결제 사업자에 실명계좌 확보 의무를 지우는 것은, 페이코인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가상자산 결제 산업의 싹을 자르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FIU가 다시 전향적인 판단을 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