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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리는 “판매자와 에이블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것”이라며 “수익 구조 정상화의 일환으로 수수료 개편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에이블리는 2018년 3월 패션 이커머스 업계에 뛰어든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몸집을 키어왔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거래액 7000억원을 기록하고 월방문자수(MAU) 500만명을 돌파할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스타트업 투자 환경이 얼어붙으면서 에이블리도 ‘시리즈C’ 투자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연초만 해도 9000억원으로 평가받던 기업가치 하락도 불가피하다. 이에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자체 수익화에 나서는 한편 추가 투자유치에 힘쓰고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작년 거래액 2조를 낸 컬리의 기업가치도 한때 4조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절반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플랫폼 업체인 트렌비, 발란도 수개월간 투자 유치를 못하다가 기업가치를 낮춘 후에야 투자를 받았다.
이에 관련업계에서는 에이블리도 적자인 현 상태에서 투자 유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투자 유치 촉진을 위해 투자전략실을 신설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메릴린치 출신의 이상민 투자 전략 부문 총괄리더도 영입했다.
에이블리의 일부 판매자를 중심으로 수수료 인상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판매자들은 기존에도 결제수수료 3.96%에 배송비, 할인쿠폰 비용 등을 감안하면 실제 10%대의 수수료를 내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매출액 연동 3%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면 가격 인상 등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지난 10월부터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위해 투자자를 만나고 있는데 투자 라운드는 순탄하다”며 “이번 수수료 인상은 수익성 확보만이 아닌 판매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위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흑자 전환은 지그재그, 브랜디 등 패션 플랫폼 업계 공통의 숙제다. 이들 업체도 올해는 마케팅 비용을 대폭 삭감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작년 배우 윤여정을 모델로 썼던 지그재그는 올해는 TV 광고 등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브랜디는 당일 오후 9시까지 주문하면 익일배송하는 하루배송 등 물류 사업까지 하고 있어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브랜디의 물류대행 자회사인 아비드이앤에프는 작년 113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외 연간 급여지출 263억원, 운반비 90억원, 임차료 39억원 등 고정비 지출 규모도 스타트업 기준으로는 많은 편이다. 이에 지난 8월 29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패션 플랫폼 업계 한 임원은 “대다수 플랫폼 기업이 내년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투자를 늦추고 비용을 감축하는 위기 경영에 돌입했다”며 “내년부터는 거래액(GMV) 경쟁보다는 누가 더 내실을 다져서 흑자전환을 빨리 하느냐가 투자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그동안 고객(트래픽) 확보에 집중했던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다”며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중고에 내년에는 시장 내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