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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 "글로벌 금융위기 다시 온다"

양승준 기자I 2014.07.28 18:04:32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출간간담회서
미국 주식시장 거품·중국 기업부실 등 징후 곳곳에
한국은 ''규제강화''로 대비해야
기업배당 소득 증대 세제는 "돈 돌게 하려는 취지 어긋나"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가 다시 한 번 올 수 있다”면서 “과도한 외부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사진=방인권 기자 bink7119@).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2008년 일어난 글로벌 금융위기 다시 온다.”

장하준(51)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글로벌경제의 금융위기 재발 징후로 ‘미국의 주식시장 거품’과 ‘중국의 금융기관 부실’을 꼽았다. 더불어 지난 1년 사이 런던 집값이 20%나 오른 ‘영국의 부동산 거품’과 우크라이나 문제로 촉발된 ‘러시아와 미국의 갈등으로 인한 자원공급 불안’도 금융위기의 뇌관 중 하나로 봤다.

글로벌경제의 금융위기 재발을 우려한 장 교수는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부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대비책으로 ‘규제강화’를 강조하며 “과도한 외부자본 유·출입을 막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에 한국은 부동산 대출규제가 다른 나라보다 엄격해서 충격이 덜했던 것”이라며 “규제만 풀어놓고 위기를 만나면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등으로 성장불씨를 살리겠다는 식의 안일한 정책방향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결국 세월호 참사도 “안전규제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판단한 장 교수는 “금융위기로 실업자가 생기고 자살자가 나오는 것도 정부가 규제완화를 잘못해서다”라며 “비행기가 떨어지고 배가 가라앉는 걸 막는 물리적 안전도 중요하지만 금융안전도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 “김영상 정부 때부터 무조건 규제는 풀면 좋은 걸로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규제를 너무 풀어 문제가 생긴 곳이 없는지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도 말했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 출범과 관련해 장 교수는 “단기적인 경기부양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산업육성 등 장기적으로 경제도약의 길을 어떻게 뚫어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정부가 기업의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고자 최근 내놓은 배당소득 증대 세제에 대해서는 “돈을 돌게 하려는 정책 취지와 어긋난 것 같다”며 부정적으로 봤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당금을 높인다고 해도 그 돈은 외국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고, 개인보다는 기관투자자에 돈이 흘러갈 텐데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출간한 경제학 입문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 대해서는 “기존 입문서는 ‘이것만 알면 된다’ 식으로 경제를 너무 단순화했고 경제학사를 다루지 않아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려웠다”며 “자본주의 역사부터 여러 학파간 논쟁까지 다뤄 독자들이 경제학을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썼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국가의 역할’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에서 신자유주의의 토대가 된 주류경제학을 비판해왔다. 한국인 최초로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상(2003)과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상(2005)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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