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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1조 낭비' 용인경전철 주민소송, 손해배상 길 열려

장영락 기자I 2020.07.29 15:33:25

대법원, 전 시장 등 관계자 손해배상 책임 인정 않은 원심 파기환송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세금낭비 논란을 겪은 용인 경전철 사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당시 용인시장 등 관계자들에게 물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 1부는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김학규씨 등 전직 용인시장 3명과 관련자들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29일 오전 용인경전철 사업의 책임을 물어 용인 시민들이 용인시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을 마친 뒤 용인 주민소송 측 변호인 현근택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심에서는 주민소송이 적법하지 않다며 청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대법은 이를 대부분 취소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다시 판단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전 용인시장 등의 손해배상 책임이 판결문에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을 감안할 때 사업관계자들에 대핸 손해배상 책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민소송은 지방자치단에 불법 재무회계 행위의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주민들이 제기할 수 있다. 소송 당사자 뿐 아니라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지자체 주민 전체에 대해 효력을 가진다

2010년 6월 완공된 용인경전철은 용인시와 시행사인 캐나다 봉바르디에사가 최소수입보장비율(MRG)을 두고 다툼을 벌여 2013년 4월 개통했다. 용인시는 국제중재재판에서 패소해 이자 포함 8500억원을 물어줬고 2016년까지 운영비와 인건비 295억원을 지급하는 등 막대한 손해를 봤다.

민간 기업을 끌어들인 무리한 사업진행으로 시민들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그마저도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개통 이후 이용객이 예상보다 크게 적어 용인경전철 자체가 지자체 대규모 토목 사업 실패의 상징이 됐다.

소송단은 2013년 10월 이정문 전 시장(2002~2006년 재임)과 정책보좌관이었던 박모씨 등을 상대로 1조3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민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은 주민소송의 경우 주민감사 청구를 한 경우만 제기할 수 있는데 주민소송 대상이 주민감사 청구 내용과 동일하지 않아 적법하지 않다며 대부분 청구를 기각 또는 각하했다. 당시 시장과 사업 책임자들의 고의·과실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지만 박씨의 일부 책임은 인정해 5억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2심은 박씨 과실 책임을 더 인정해 손해배상액을 10억2500만원으로 늘렸으나 여전히 대부분의 주민소송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2년부터 사업을 추진했던 이정문 전 시장은 2015년 재판 당시 증인으로 나서 “꼭 필요한 사업이었다. 25년 후엔 흑자가 날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주민소송이 감사청구와 관련이 있는 것이면 충분하고 동일할 필요가 없다고 봐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또 오류가 있는 용역보고서를 제출한 한국교통연구원의 손해배상 책임 역시 주민소송 대상으로 명시된 ‘재무회계 행위’와 관련됐다고 봐 주민소송대상으로 인정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2005년 1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소송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자체가 시행한 민간투자사업과 관련해 주민소송 대상이 된 최초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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