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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부족·불법주차·필로티구조…제천 화재 구조지연 '3대 악재' 탓

이슬기 기자I 2017.12.22 16:35:09

1차 현장투입 인원 총 13명…화재진압 인력은 6명 뿐
불법 주·정차된 차량 치우는 데 30~40분 소요돼
필로티 구조로 된 건물에 사다리 세우기도 쉽지 않아

21일 화재가 발생한 충북 제천 복합건물 1층 모습. 이 건물은 필로티 구조로 지어졌다. (사진=윤여진 기자)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29명 사망·29명 부상자를 낸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가 대형 참사로 커진 원인으로 소방 인력부족·필로티구조·불법주정차 문제가 꼽힌다. 투입된 소방 인력 자체가 부족했던 데다 불법 주정차된 차량 때문에 소방 차량의 진입도 쉽지 않았고, 필로티 구조 때문에 사다리를 세우기도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1차 투입된 화재진압인력 ‘단 6명’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께 발생한 이번 화재에서 1차로 투입된 화재 진압 인력은 6명밖에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 지역은 충청북도 제천시로 광역시 소속 소방본부가 아닌 충청북도 소속 소방본부가 화재를 진압했다. 시도 소방본부에 소속된 소방공무원의 경우 각 지역의 재정 여건에 따라 근무 환경이나 처우가 천차만별일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현장 인력조차 부족해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이전부터 나왔다.

한 소방당국 관계자는 “이번 화재 진압을 위해 1차 투입된 인력은 총 13명”이라면서 “이마저도 화재를 직접적으로 진압하는 인원은 단 6명뿐이었다”고 말했다. 현장 소방 인원이 원체 부족하다 보니 제천소방서에서도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적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화재 규모가 커서 인근 소방서에서도 인력을 지원해주긴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전했다.

◇불법 주정차차량 많아 현장 진입도 어려워

사고현장 주변 환경도 피해를 키우는데 한몫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1층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도로는 불과 10여m에 불과한 이면도로였다. 이마저도 불법 주정차된 차량으로 막혀 있었다. 주정차된 차량들을 이동시키는데 시간이 소비돼 ‘골든타임’을 허비할 수 밖에 없었다. 제천 주민 김모(57)씨는 “스포츠센터 근처 도로는 워낙 좁은데 주변에 마트도 있어 불법으로 주차된 차가 많아 평소에도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고 말했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22일 오전 6시 이뤄진 브리핑에서 “주민들과 함께 차량을 치우는 등 굴절차를 접근시킨 뒤 내부 진입하기까지 약 30~40분 걸렸다”고 밝혔다.

◇필로티구조, 사다리 세우기도 쉽지 않아

필로티 구조(벽체를 없애고 기둥만으로 건물을 떠받치는 방식)로 이뤄진 건물 구조도 이번 사고를 키운 원인 중 하나다. 2층까지 사다리를 놓기에는 높이가 높아 유리창을 깨서 피해자를 구조하기에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번 화재는 1층 주차장에서 건물 내부로 이어지는 출입구를 통해 들어온 화염이 화물용 승강기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사망자 중 29명이 사망했고 이중 20명이 2층 목욕탕 여탕에서 발견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2층 유리창을 깨서라도 구조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소방당국 관계자는 “필로티 구조 건물은 벽체가 없기 때문에 2층까지 사다리를 바로 놔야 하는데 그러기엔 높이가 높았다”며 “심지어 1층에서부터 불이 시작됐기 때문에 불길이 이는 와중에 사다리를 놓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고로 29명(남3, 여23, 미상3)이 사망했고 29명(남22, 여7)이 부상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국토교통부 산하 시설안전공단,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경찰청과 함께 스포츠 센터에 대한 합동감식을 진행 중이다. 대책본부는 합동감식이 끝나는 대로 중간보고를 받아 화재 원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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