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나 SK하이닉스(000660) 등 한국 기업에 끼칠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이번 조치의 핵심인 첨단 인공지능(AI) 칩을 사실상 생산하지 않고 있고,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승인을 받은 만큼 이번 반도체 장비 통제 강화 조치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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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양 첨단 AI 칩만 통제하던 기존 규정을 저사양으로 확대해 미국산 제품이 허가 없이 중국으로 갈 수 있는 우회로를 차단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지난해 수출통제 조치로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H100 등의 대중국 수출에 제동이 걸리자 성능을 낮춘 H800·A800 등 중국 수출용 모델을 만들어 판매했는데 이번 조치로 이들 제품의 수출도 어려워졌다.
그밖에 중국을 포함한 21개 무기 금수국뿐 아니라 모회사가 이들 국가에 있는 기업에 대한 수출도 사전 허가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21개 무기 금수국뿐 아니라 48개 안보우려국에 대한 수출 제재 근거도 마련했다. 역시 우회 수출 차단을 위한 추가 조치다.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도 노광·식각·증착·세정 등 12개 카테고리 장비를 그 대상에 추가했다. 또 우려 거래자 목록에 13개 중국 기업을 추가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강화 조치와 함께 최소 1년에 한 번씩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가 효력을 발휘할 때까지 기술 수준 변화에 맞춰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벤처기업이 AI칩 기술을 갖고 있지만 대외 수출이 활발한 상황은 아니어서 이번 조치에 따른 영향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서도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대목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의 중국 첨단기술에 대한 견제 조치가 미·중 양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가속해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이날 미국 상무부의 발표 직후 “시장경제 원칙과 공정경쟁 원칙에 반하는 정치적 목적의 자의적 통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8일 이와 관련 “한·미간 굳건한 협력 동맹 관계 아래 한국 기업이 미국 정부의 VEU로 지정돼 다행”이라며 “국제사회가 예전처럼 세계화나 개방 움직임에서 벗어나고 있고 이 흐름이 쉽게 고쳐질 것 같지 않지만 같은 걱정을 공유하는 파트너와의 협력으로 이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