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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터 달라졌다…북핵 위협 속 한미일 밀착행보

정다슬 기자I 2022.06.08 17:31:57

2021년 기자회견도 무산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2022년 공동성명 발표에 이어 한일 오찬회담까지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정례화…가을께 일본서 제11차 개최키로

(사진 왼쪽)2021년 11월 17일 최종건 외교부 전 제1차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제9차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2022년 6월 8일 모리 차관과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셔먼 부장관이 손에 손잡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제10차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다음 제11차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는 일본 도쿄에서 열기로 했다. (사진=외교부, 공동취재단)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사진부터 달라졌다. 2021년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9차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는 어색한 사이를 방증하듯 한미일 외교차관이 경직된 자세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후 3국 외교 차관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지만, 일본 측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이유로 공동 기자회견을 무산시키며 이뤄지지 못했다.

이로부터 반년 만에 서울서 이뤄진 8일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는 달랐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두 차관의 손을 꼭 잡고 방긋 미소짓고 있었다. 셔먼 장관도 안도한 듯한 미소를 짓고 있다. 모리 차관은 약간 경직돼 있었지만 두 손을 풀진 않았다.

한일 장관은 이날 오찬을 겸한 양자 회담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일 관계 쟁점인 과거사 문제를 포함해 양국 현안 문제가 심도 깊게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한미일 3각 공조는 인도태평양 패권을 두고 중국과 경쟁하는 미국의 숙원이었다. 그러나 복잡한 과거사 문제는 번번이 3각 공조의 발목을 잡았다. 무리한 갈등 봉합이 오히려 부스럼이 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결과도 낳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일 위안부 협의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이뤄지면서 한일 관계는 그야말로 수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평가되던 시기였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조로 한일 관계 회복과 한미일 3각 공조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됐지만, 2021년 11월 사진이 보여주듯 이는 쉽지 않은 난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동맹과 한미일 관계 정상화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되며 한미일 관계는 다시금 급속도로 줄어드는 모양새다. 북한의 고조되는 핵·미사일 위협은 3국 공조의 필요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3국 차관은 협의회가 끝난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실체적 위협으로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긴밀한 한미일 공조 중요성에 공감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할수록 한미일 똘똘 뭉쳐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이야기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외교의 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韓, IPEF 참여·쿼드 협력 의지…미일 ‘환영’

조현동 외교부 1차관(가운데)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사진=연합)
이같은 협력은 안보 영역을 뛰어넘어 지역·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외교 정책을 구상하겠다는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환영 의사를 밝히고, 한국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단 입장이다.

이날 협의회에서도 조 차관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와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와의 협력을 통한 인태 지역 내 협력 확대 의지도 전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차원에서 자체적 인태 전략을 추진할 계획도 공유했다. 이에 셔먼 부장관과 모리 차관은 환영과 지지의사를 표했다.

이와 관련, 차관들은 아세안 국가, 태평양 도서국과의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이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한미일이 힘을 합치겠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모리 차관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정세를 포함해 솔직한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셔먼 부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우리는 서로 세계 동맹 및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 조력자들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공격한 비용과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리 차관은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특히 동아시아에서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에너지 및 핵심광물 등 공급망 안정화, 경제안보·첨단기술 이슈에 대한 협력, 원자력 부분에서의 3국 협력 가능성 모색, 미얀마 사태 종식을 위한 노력 등 다양한 이슈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조 차관은 “한미일 3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도전은 한 나라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만큼 3국간 협력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3국은 외교차관 협의회를 정례화하는 데 합의하고 가을께 일본 도쿄에서 11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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