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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점유율 너무 높다”…전기차 인기에 배터리 공급망 리스크 제기

장영은 기자I 2021.10.07 16:24:47

전기차 전환에 배터리 공급망 리스크 증가 우려
지난해 韓기업 세계 배터리 점유율 44%에 달해
배터리 소재 60% 수입…무역제재 등 리스크에 취약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국의 높은 배터리 시장 지배력이 새로운 공급망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은 한국산 배터리가 원재료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동력원으로 전기차로의 전환 추세에 힘입어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사진= AFP)


“韓 배터리 높은 점유율이 공급망 리스크 유발”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한국은 전 세계 충전용 배터리 생산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희토류 및 기타 원재료에 있어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우려 섞인 전망을 제기했다.

SNE리서치와 B3인텔리전스 자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096770), 삼성SDI(006400) 등의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충전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18년 약 35%에서 2020년 44%로 늘었다.

한국 기업들은 점유율을 높여가며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점점 불안정성을 더해가는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FT는 2019년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금지 조치와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촉발된 중국의 관광 금지 및 한국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등을 사례로 들었다.

한국산 배터리가 자체 기술이나 품질 등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중국, 북한 등 주변국과의 정치적인 갈등이나 미·중 관계와 같은 외교적인 이슈에 따라 수급이 불안정해 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음극재, 양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 핵심 원재료의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자원통상자원부 자료를 인용해 밝힌 바 있다.

특히 한국산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는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소비국이자 한국에는 가장 위협적인 경쟁국이기도 하다. B3인텔리전스 자료를 보면 중국기업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33%로 한국에 이어 2위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30년까지 10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AFP)


배터리 소재 60% 수입에 의존…공급망 다변화 등 노력

국내에서도 배터리 부품의 높은 수입 의존도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화학물질과 소재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소재 생산에 52억달러(약 6조31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포스코(005490)는 호주 필바라와 합작해 2차전지 양극재의 핵심원료인 수산화 리튬 생산에 나섰다.

다만, 희토류 금속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손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원자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배터리 기업들이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중국이 광물 공급을 중단할 경우에 대비해 주요 자재 확보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만 의원은 “한국은 배터리 강국이지만 원재료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중개업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배터리 부품의 국내 생산을 늘리고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세제, 자금 조달, 연구 지원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30년까지 10배 증가한 3047억달러(362조 9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세계 자동차회사들이 가솔린에서 탈피하고 각국 정부가 탄소배출제로와 그린에너지 목표를 설정함에 따른 것이다. 한국도 전기차 배터리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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