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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자리 임의로 만들어 자녀 채용한 외교부 직원

원다연 기자I 2018.05.30 14:00:00

소규모 재외공관 39곳 대상 특정감사 결과
무급인턴 채용 금지에도 임의로 자녀 채용
관서 운영경비 임의 사용 담당자, 해임 요구
재외수감자 미방문 등 관리않는 재외공관 다수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재외 공관에서 소속 직원의 자녀를 임의로 무급인턴 자리에 채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30일 이 같은 내용의 ‘재외공관 및 외교부 본부 운영실태’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최근 영사업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회 등을 중심으로 재외공관에 대한 감사원 감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이뤄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13일부터 12월 15일까지 한달여 간 외교관 수가 10인 미만인 소형·10년 이상 장기간 감사원 감사를 하지 않은 재외공관 등 모두 39개 공관을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진행했다.

주제네바대표부에서는 외교부가 법령 위반 소지가 있어 무급인턴의 채용을 금지한 이후에도 직원 자녀를 포함해 무급인턴을 채용하고 수료증을 발급한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외교부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 없이 무급으로 근로자처럼 활용하는 것이 ‘최저임금법’ 등에 위반된다는 논란에 따라, 2015년 7월 전 재외공관에 무급인턴 채용을 중지하도록 방침을 시달했다.

그러나 주제네부대표부는 이 같은 방침을 시달받은 이후인 2015년 9월부터 2016년 7월까지 9명의 무급인턴을 채용하고, 근무일지와 활동 실적 등을 관리하지 않은 채 근무경력을 인정하는 수료증을 발급했다. 특히 이 기간 무급인턴 채용자 가운데에는 주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 자녀 2명도 포함됐다. 더욱이 이들 자녀들의 경우 근무기간이 제네바에 있는 국제기구의 겨율휴가 기간과 겹쳐 인턴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담당자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채용됐으며, 각각 6일과 13.5일을 근무한 뒤 수료증을 발급받았다.

외교부에서는 재외공관에서의 현장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체재비를 지원하는 ‘재외공관 공공외교 현장실습원’ 사업을 진행하는데, 2015년부터 주제네바대표부에도 매년 1명씩 실습원이 배치됐다. 이 프로그램의 경우 관련 경험을 쌓으려는 청년지원자가 많아 지난해의 경우 13:1에 달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 외교부 직원이 임의로 인턴 자리를 만들어, 근무가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자녀를 채용해 관련 경험과 수료증을 만들어준 셈이다. 감사원은 외교부 장관에 주제네바대표부에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대사관 직원이 관사 공사비 명목으로 운영경비를 인출해 임의로 사용한 사례도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A대사관에서 출납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ㄱ은 ‘청사 경비실 이전공사’ 대금 명목으로 1만 8000달러의 지급결의서를 작성해 현금을 인출해놓고, 그 가운데 일부인 8000만 달러만 계약상대자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1만 달러는 임의로 사용했다. ㄱ은 경비를 인출한 지 9개월, 1년이 지나서야 임의로 사용했던 경비를 두차례 나눠 공사대금자에게 반납했다. ㄱ의 이 같은 운영경비 인출 후 임의사용은 ‘민원실 지붕공사’ 당시에도 되풀이됐으며, 해당 직원은 본인 주택 공사에 대사관 직원을 동원해 업무를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외교부 장관에 해당 직원을 업무상 횡령으로 고발하는 동시에 해임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번 감사에서는 다수의 재외공관에서 재외국민 수감자에 대한 영사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영사 업무 지침에 따르면 재외공관은 관할 지역에 수감 중인 재외국민에 대해 매년 1회 이상 방문면담을 진행해야 하지만, 이번 감사 대상 공관 중 6개 공관에서 이 같은 방문면담을 하지 않거나 구금자의 신상을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외교부장관에 해당 공관에 대한 주의를 요구했다.

한편 재외공관이 경비를 적정하게 집행했는지 등을 비롯한 예산·회계 분야와 재외국민 보호 업무 수행 등의 영사분야, 채용 등 인사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진 이번 감사에서는 이 같은 사례를 포함해 징계·문책 3건, 주의 36건 등을 포함해 모두 47건의 위법·부당 및 제도개선 사항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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