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불매하면 SPC 타격 입을까

전재욱 기자I 2022.10.24 16:19:37

최근 남양유업, 신세계, 롯데 ''불매운동'' 사례와 견줘보면
가맹사업 특성상 가맹점주 손해 불가피한 한계 관건이고
시장 지배력과 대체재 유무가 불매운동 결과 가를 듯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최근 감지되는 SPC그룹 불매운동은 회사 수익에 타격을 주는 데 타깃이 고정돼 있다. 그간 불매운동 사례에 빗대 SPC 불매운동이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짚어봤다.

지난 23일 서울 시내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에 마련된 좌석이 비어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24일 SPC그룹에 따르면, 그룹의 상장 계열사 SPC삼립(005610) 주가는 이날 전장보다 4.3% 하락한 6만8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한 주 동안 전주 대비 11% 하락(7만8800원→7만1400원)하더니 이날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SPL 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 발생(15일)으로 이어질 정부 규제 강화와 매출 하락 전망에 투자심리가 위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 수천 가맹사업자도 동반 타격

투심이 위축한 기저에는 불매운동이 자리한다. 불매운동으로 기업이 타격을 받은 학습효과는 시장에 각인돼 있다. 남양유업(003920)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매출은 불매운동이 인 2013년 1조2298억원으로 전년(1조3650억원)보다 9.9% 줄었다. 결국 지난해 매출이 9396억원까지 줄어 2012년 대비 31% 빠졌다. 이 기간 유제품 수요 저하 등 악조건이 겹쳤지만 불매운동이 발목을 잡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남양유업과 SPC 불매운동은 직렬로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두 회사는 이해당사자 규모와 관계에서 각각 다른 양상을 띤다. 남양유업은 전국에 1250개 대리점(2012년 기준)이 있지만, 파리바게뜨 3390개와 배스킨라빈스 1396개, 던킨도너츠 579개의 SPC 가맹점 규모(2021년 기준)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우유 대리점은 여러 회사 제품을 취급하지만, 가맹점은 가맹본부와 전속 계약을 맺는 것도 다르다. 예컨대 남양유업 대리점은 여차하면 남양유업 우유를 팔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파리바게뜨와 던킨 가맹점은 SPC 제품만 판다.

이런 이유에서 불매운동 여파는 남양유업 경우는 회사에 직접, SPC 사례는 회사에 더해 일반 가맹점주까지 각각 미칠 수 있다. 이런 구조는 SPC 불매운동 동력이 지속하는 데에 변수일 수 있다.

◇ 신세계·롯데와 닮은 듯 다른

대체재가 있는지도 관건이다.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힘을 받은 것은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등 타사 제품으로 쉬 옮겨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앞서 신세계(004170)와 롯데그룹을 훑고 지나간 불매운동은 희비가 갈린다.

올해 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멸공 발언은 일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하는 불매 운동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범위와 기간 면에서 파동이 잔잔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업계가 꼽는 유력 원인은 신세계그룹의 시장 지배력이다.

대형마트 시장에서 이마트(139480) 점유율은 45%(2015년 기준)로 압도적이다. 마트 출점이 포화에 이른 점과 그간 경쟁사 매장이 여럿 폐점한 점 등을 고려하면 지금 점유율은 과반까지로 추정된다. 마트 과점 사업자(이마트)를 외면하면서 겪을 불편을 감수하려면, 강력한 동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반작용으로 구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여론이 분산하면서 불매운동은 힘을 잃었다.

‘노 재팬’ 움직임으로 불의의 타격을 입은 롯데그룹은 사정이 달랐다. 일본 맥주 아사히 수입·유통을 맡은 롯데아사히 매출은 지난해 172억원으로 2018년(1247억원)과 비교해 86% 급감했다. 일제 의류 유니클로도 마찬가지다. 이 브랜드 국내 판매를 담당하는 에프알엘코리아 지난해 매출은 5824억원으로 2018년 1조3780억원보다 절반 넘게 감소했다. 에프알엘코리아 2대 주주가 롯데쇼핑(지분율 49%)이다.

관건은 대체재 유무였다. 그전까지 국내 수입맥주 부동의 1위자리를 차지한 아사히는 여타 상품에 밀려 순식간에 퇴장했다. 유니클로가 빠진 자리는 탑텐이나 스파오 같은 국내 경쟁 브랜드가 메웠다. 남양유업 불매운동 당시 고객이 서울우유와 매일유업(267980)으로 넘어간 것과 비슷했다.

◇ 1등 사업자 SPC, 버티기 가능할까

SPC그룹은 수많은 ‘직접’ 이해당사자를 가진 점에서 남양유업과 다르고,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진 점에서 신세계와 유사하며, 대체재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점에서는 롯데와 닮았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부문에서 SPC 점유율은 61%(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0년 조사)로 과반을 차지한다. 경쟁사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16.6%에 불과하다. 매장 수도 뚜레쥬르(1266개)는 파리바게뜨(3390개)의 3분의 1 수준이다. SK증권(001510)이 지난 21일 보고서에서 SPC삼립 투자의견을 매수로, 목표주가를 종전 12만7000원으로 각각 유지한 것은 회사의 수익성 성장이 지속하리라는 판단에 기초한다.

다만 비(非) 프랜차이즈 영역(제과업계 M/S 39%·at 2018년 조사)이 합세하면 베이커리 시장에서 SPC 점유율이 상당부분 내려오는 것은 뇌관이다.

일각에서는 SPC의 양산빵 부문은 불매운동을 빗겨가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의 생산자가 SPC인지 가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SPC가 양산빵 부문을 압도적으로 점유하고 있지만, 양산빵이 전체 제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SPC 수입원에서 비중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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