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터진 국수' 또?…'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 늦춰질까

정수영 기자I 2015.03.19 17:41:17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국토부
전문가들 "월세 전환 늦추기 어려워"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급격한 월세화 현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

유일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6일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놓은 취임 일성이다. 유 장관은 이날 “시장의 흐름을 바꾸긴 어렵겠지만 월세가 세입자에게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급격한 월세화 현상에 대해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로 전세 물건 부족과 그에 따른 전셋값 급등 현상을 이제라도 누구러뜨려 보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미 월세전환이 탄력을 받은 상황이라 ‘뒷북 대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임 장관이 부동산시장의 눈과 귀를 의식한, 다분이 생색내기용 멘트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이제와서 월세 속도 조절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은 대통령이 말한 불어터진 국수랑 다를 게 없다”며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월세화 속도 늦추기 어려워”

전문가들도 현재로선 전세의 월세 전환을 늦출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가 계속 떨어지는 추세에선 정부가 (월세 전환을 늦추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라며 “어떤 대책이 나올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현재 월세화 국면을 전환하긴 힘들어 보인다”며 “다만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의 경우 정부가 보증부 월세로 내놓고 있는 것을 전세로 전환해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 방법으론 임대 주택 공급의 85%를 책임지는 다주택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 뿐”이라며 “예를 들어 3년간 전세로 임대를 할 경우 양도세를 전면 면제해주는 등의 방법은 바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심 교수는 “하지만 이는 부자 감세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며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임대 공급 확대라는 원론적 대책 뿐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월세 전환율 인하 효과 없어”

정부는 조만간 전·월세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안에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 계획이 포함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이미 올해 공공임대주택을 지난해보다 20% 늘린 12만 가구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차보호법상의 월차임전환율(전·월세 전환율)을 현재의 7%에서 4~5%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담길 예정이다. 국토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현재 기준금리의 4배수로 상한선을 둔 전·월세 전환율을 기준금리에 2~3배 또는 기준금리에 2~3% 더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전세의 월세 전환에 따른 주거비 부담 완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은 2년 계약이 끝난 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땐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계약 중간에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에만 규제를 받는다.

이미경 의원실 관계자는 “계약 기간 중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는 많아 큰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며 “전체적인 심리적 완충장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야당 측은 이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반대 의견이 많아 가능성은 희박하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원할 경우 기존 계약기간 2년을 한번 더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총 4년간 한 집에서 살 수 있는 법안이다. 심교언 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면 집주인이 한번에 월세를 올릴 수 있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월세상한제 도입도 부작용이 우려되긴 마찬가지다. 허윤경 위원은 “월세는 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아 안정적이지만 전세는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전월세 상한선을 5%로 제한하면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도 현재로선 뾰족한 방안이 없어 보인다. 손태락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여러 전문가와 시장, 정치권 의견을 듣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 대책에는 굵직한 것보다 기존에 정책을 약간 보완하는 형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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