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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규제 데자뷰?…퍼렇게 질린 카카오·네이버 이틀새 19兆 `증발`

김재은 기자I 2021.09.09 17:21:11

카카오 이틀간 17.8% 네이버도 10.4% 폭락
이렇다할 조정 없던데다 규제 리스크 부각
외국인 기관 매도공세 vs 개인은 `줍줍`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정치권발 플랫폼 사업자 규제 움직임에 카카오(035720)네이버(035420)가 시퍼렇게 질렸다.

지난 8일과 9일 이틀간 증발한 시가총액은 19조원에 육박했다. 중국 빅테크 규제 여파로 알리바바, 바이두 등이 급락세를 보인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증권가에선 규제 우려가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이틀 연속 토종 플랫폼 업체에 대한 매도 공세를 이어갔다.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일대비 7.22%(1만원) 떨어진 12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10% 이상 폭락한 데 이어 이틀째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간 것이다.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57조1449억원으로 이틀전에 비해 11조3400억원(17.28%)이나 증발했다. 카카오 시총 순위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우선주에 이어 6위로 주저앉았다.

네이버 역시 전날 7.87% 하락한데 이어 이날도 2.56%(1만500원) 내린 39만9000원에 마감했다. 네이버도 이틀간 7조4740억원의 시총을 허공에 날렸다. 카카오는 지난 6월 8일(12만8500원)이후 석달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고, 네이버도 지난 6월 22일(39만1000원)이후 두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주가로 거래를 마쳤다.

폭락을 이끈 수급주체는 외국인과 기관이다. 외국인은 전날 카카오를 4356억원어치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1716억원 팔아치웠다. 네이버 역시 지난 8일 2290억원, 이날 588억원 등 이틀간 2879억원 매도우위였다. 기관도 카카오와 네이버를 이틀간 각각 2953억원, 2034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은 외국인과 기관매물을 받아내며 플랫폼기업 비중확대에 나섰다.

외국인 기관의 매도 공세엔 중국발 규제 우려가 존재한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 상장 전격 취소를 시작으로 반독점, 반부정경쟁, 금융안정, 개인정보 보호, 국가안보 등 다양한 명분을 앞세워 빅테크 기업들을 압박해왔다. 그 결과 알리바바의 주가는 170.71달러로 10월 말(304.69달러)대비 44%가량 폭락했고, 바이두 주가는 2월 고점(339.91달러)대비 반토막 이하(162.68달러)에 머물고 있다. 국내 역시 여권발 카카오 공룡 확장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중국 당국의 규제와 데자뷰를 일으켰다는 분석이 크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대책 토론회’에서 “혁신기업을 자부하는 카카오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악재는 더해졌다. 지난 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온라인 금융플랫폼들이 금융상품을 비교 추천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광고가 아닌 중개로 판단, 금융상품 판매대리 중개업자로 등록하도록 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우려의 핵심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를 통한 증권, 보험, 대출에 대한 상품가입 및 주선 행위를 단순 광고로 보지 않고 실질적인 중개행위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며 “네이버파이낸셜은 현재 영업수익 거의 전부가 간편결제로 규제 영향은 굉장히 제한적이고, 카카오페이 역시 이미 주요 금융상품에 대한 인허가를 득한 상태로 사업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창권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 빅테크 기업이 당국 규제이슈로 급락한 경험이 있어 규제 이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주가도 조정없이 최고가 부근에 있어 차익실현 욕구도 컸다”고 분석했다.

실제 에프앤가이드가 제공한 수정주가를 기준으로 지난해 연초 주가를 100으로 환산한 상대적인 주가추이 흐름을 살펴보면, 카카오는 지난해 연초대비 5배 이상 오른 상태였고, 네이버 역시 2.4배이상 상승했다. 이틀간 급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초주가 100을 기준으로 한 환산주가는 네이버가 213.9, 카카오가 417.1에 달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플랫폼 산업 규제는 새로운 이슈가 아니고, 꾸준히 제기돼왔다”며 “네이버의 경우 지난 10년간 계속 규제를 받아온데다 구체적인 규제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지금과 같은 주가하락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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