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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델타 변이 확산에 방역 고삐…‘백신 여권 의무화’

성채윤 기자I 2021.07.26 16:05:19

佛 의회 ‘백신여권’ 법제화…11월까지 적용
伊·獨 등도 미접종자 대상 규제 정책 예고
“실제 백신 접종률 높이는 효과 나타나”
‘개인의 자유 과도하게 제한’ 비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성채윤 인턴기자]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코로나19 재유행이 예견되자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은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규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의회는 이날 영화관, 헬스장,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에 입장하는 사람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음달 중에는 이러한 조치는 장거리를 이동하는 버스, 열차, 항공편 등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요양보호사를 포함한 모든 의료계 종사자들이 9월 15일까지 최소 한차례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아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프랑스에서 시민들이 일상생활을 지속하려면 사실상 모두 백신 접종을 해야하는 셈이다.

이 법안은 프랑스 헌법재판소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으며, 법안이 헌재에서 최종 통과되면 11월15일까지 적용된다.

해당 법안 통과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세부안을 발표한 지 불과 엿새 만에 의회가 합의안을 마련할 정도로 긴급하게 진행됐다. 시민들의 백신 접종을 유도해 최근 거센 코로나19 확산세를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4일 프랑스 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2만명대를 기록했으며, 지난달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11만1000명을 넘어섰다.

델타 변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다른 유럽 국가 정부들도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외부 활동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이탈리아는 다음달 6일부터 백신 접종자나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에게만 실내 식사와 여가 활동을 허용할 방침이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델타 변이는 다른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라며 “백신 여권은 임의사항이 아니라 경제를 마비시키지 않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백신 접종이 부진하면 또다시 전면 봉쇄 국면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정부도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규제 정책을 예고했다. 헬게 브라운 독일 총리실장은 이날 현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는 시민의 건강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며 “감염자 수가 늘어나면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제한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에서는 술집과 음식점을 이용하려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포르투갈은 이미 7월 초부터 이같은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이같은 방역 강화 조치는 실제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데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2일 방역 강화 방침을 밝힌 뒤 370만명의 프랑스인이 백신 접종을 신청했으며 이탈리아에서도 방역 강화 지침 이후 백신 접종이 늘어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다만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지난 주말 프랑스 파리, 마르세유 등 주요 도시에선 16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려 한다며 ‘백신 여권’ 법안 통과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백신 미접종자의 실내 체육시설 이용 등을 제한하는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 20일 기준 영국에서 신규 코로나19 확진자의 99%는 델타 변이에 감염됐으며, 덴마크(94%), 이탈리아(87%), 스위스(75%), 독일(74%), 스페인(73%), 프랑스(68%) 등에서도 델타 변이의 감염세는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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