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3조40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26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1% 줄어든 5조881억원을, 순손실은 2조585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한파’ 장기화에 따른 여파로, 작년 4분기(1조8984억원)에 이은 2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자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최대 분기 적자 규모다. 다만 최근 SK하이닉스·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글로벌 메모리 3사가 일제히 감산에 동참함에 따라 2분기부턴 공급 기업 재고, 하반기부터는 고객사 재고가 차례로 줄어들 공산이 큰 데다, DDR5·HBM3 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아우러질 경우 업턴(상승 전환기) 진입이 앞당겨질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가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 속에 2.22% 상승 마감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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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고금리에 따른 경제위축·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미미한 중국 리오프팅 효과 등 대내외 환경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만큼 수급개선이 예상만큼 뒤따를지는 미지수란 의견이 팽배하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인공지능(AI) 등 신시장에서 고성능·고부가 제품 수요가 있긴 하지만, 메모리 시장 둔화를 뒤바꿀만한 영향력이 있는지는 아직 더 지켜볼 일”이라고 했다. 이규복 반도체공학회장은 “DDR5나 HBM3 등 제품은 아직 성능을 검증하는 단계”라며 “내년은 돼야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SK하이닉스·삼성전자 반도체(DS) 모두 분기 기준 연내 흑자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관측이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1위인) 삼성전자가 감산을 강하게 시행, 수급 개선이 실제 이뤄진다면 하반기 끝자락엔 흑자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27일 반도체(DS)를 포함한 사업부별 구체적 실적이 담긴 확정실적을 발표한다. 업계에선 DS부문에서만 4조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