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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원 수순 서울백병원에 후손들 반대…"설립자 의사 반한다"

송승현 기자I 2023.07.03 17:42:30

설립자 후손 백진경 교수, 3일 강철원 정무부시장과 간담회
서울백병원 폐원 대신 '글로벌 K 메디컬 허브' 활용 방안 설명
서울시 용도 변경 불허 의사에도 폐원 결정한 이사진에 분노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서울 도심에 약 82년째 자리 잡고 있던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폐원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백병원 설립자의 후손과 교수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입구에서 서울백병원 직원과 노조원들이 폐원안 의결에 반대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백진경 인제대 멀티미디어학부 교수와 조영규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은 서울시청을 방문해 강철원 정무부시장을 만나 백병원 폐업과 관련한 간담회를 가졌다. 백 교수는 백병원 설립자 백인제 선생의 조카로 백병원과 인제대를 성장시킨 백낙환 선생의 차녀다.

이날 백 교수 등은 강 부시장과 만나 서울백병원을 폐원 대신 이른바 ‘글로벌 K 메디컬 허브(센터)’로 활용하는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백병원을 코로나19 이후 늘어나고 있는 명동지역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건강검진 등 특화 병원으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백 교수는 부시장과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폐원을 결정한 인제학원 이사진들을 향해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특히 서울시가 이사회 직전 백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단 의사를 내비쳤음에도 폐원을 결정한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서울시가 의료시설 외 용도를 불허하게 되면 폐원 이후 부지는 상업시설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백 교수는 “(서울시의) 발표가 나왔을 때 이사회에서 폐원 결정 미루든지 할 줄 알았다”며 “하지만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만장일치로 폐원을 결정하고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부당함을 느꼈다”고 행동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후손 측들은 애초에 인제학원 이사진들이 서울백병원을 수익성 이유로 폐원하는 건 설립자인 백인제 선생의 의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대학병원인 서울백병원은 사유지가 아니다. 설립자인 백인제 선생과 선친이신 백낙환 선생 역시 서울백병원을 사유재산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지금 현 이사장이나 이사진들은 본인의 재산을 넣어서 설립한 것도 아닌데 폐원 절차를 밟는 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인 조 교수는 인제학원 이사진들이 폐원 안건을 통과시킨 이후 직원들에게 향후 절차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며 분노했다.

조 교수는 “폐원 시기나 일정, 언제까지 환자를 돌볼 수 있는 것인지 또 직원들을 어느 병원으로 배치하겠단 건지에 대한 언급없이 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백병원 생존에 도움이 될까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호소했다.

후손 측들은 서울백병원을 글로벌 K 메디컬 허브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안을 조만간 마련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서울백병원 폐원 절차에 대한 부당함을 지속적으로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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