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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된 오미크론 대응…‘동네 병의원’ 검사·진료·관리 우왕좌왕

정두리 기자I 2022.02.08 16:23:35
[이데일리 정두리 김은비 김형환 김윤정 기자] “저희 병원은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등재돼 있지만, 현재 코로나 검사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양해 부탁 드립니다”.

정부가 60세 이상 고위험군에 검사·치료를 집중하는 오미크론 방역 체계 전환 후 닷새가 지났지만, 상당수 서울 지역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코로나19 진단 검사 체제가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동네 병·의원이 검사·치료·관리를 한꺼번에 진행하는 ‘원스톱’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7일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가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거나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호흡기클리닉 10곳중 1곳은 “검사 안 해요”

8일 이데일리가 서울에 있는 호흡기전담클리닉 51곳(5일 기준)을 전수조사한 결과 6곳이 신속항원검사(RAT)가 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1곳 이상은 호흡기클리닉 간판만 걸린 셈이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동선 분리, 음압시설 설치 등이 이뤄지는 곳으로,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갖추고 발열·호흡기 증상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이다. 정부가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에 대비해 추진해왔다.

방역당국은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 여건을 갖추고 진찰, 진단검사, 재택치료가 한 번에 이뤄질 수 있다며, 지난 3일부터 오미크론 의료대응 체제로 곧바로 참여시켰다. 그러나 실상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노원구·강서구·성동구·송파구·은평구·종로구 각 1곳씩 총 6곳운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등재만 돼 있을 뿐, 신속항원검사 등 의료체계를 충족하지 않았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인 서울 노원구 A병원은 “아직 검사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신속항원검사가 언제 가능할 수 있는지 지침을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또 성동구 B의원은 “현재는 밀려드는 환자들로 의료체계 지원 감당이 되지 않아 신속항원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서구 C병원은 해당 지역 내 유일한 호흡기전담클리닉이지만 “검사할 수 있는 여건이 아직 되지 않으니 가까운 보건소로 가달라”고 했다. 실제 이 병원을 찾은 김모(43·강서구 등촌동)씨는 “정부가 알려준 호흡기클리닉을 찾았는데 헛걸음만 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의 코로나19 검사 비용이 제각각인 점도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앞서 정부는 유증상자 및 방역패스 용도의 신속항원검사는 진료비(의원 5000원·병원 6500원)만 내면 된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일부 병원에선 무증상자에 대해 비급여 검사비 명목으로 큰 액수를 청구해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모(40·강남구 개포동)씨는 “병원은 6500원이라는 얘기만 듣고 인근 호흡기클리닉을 찾았는데 검사 비용 6만원을 내야한다더라”면서 “1시간 넘게 기다린 게 억울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값을 치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원은 원칙적으로 치료를 하는 공간이며 키트는 자가검사로 하는 게 의미있다”며 “국가가 인프라가 되지 않은 병원을 대상으로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고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동네 병·의원 ‘원스톱’ 시스템 곳곳에서 혼선

오미크론 대응 체제 전환에 따라 동네 병·의원에서 검사와 치료, 관리까지 담당하는 ‘원스톱’시스템도 현장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이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코로나19 진단검사가 가능한 서울지역 동네 병·의원은 189곳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3일부터 이들 병원에서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호흡기 질환자가 검사부터 진료까지 한번에 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 병·의원 중 신속항원검사와 PCR검사를 모두 받을 수 있는 곳은 77곳으로 40%에 불과했다. 재택치료까지 지원하는 병원은 구로·동대문·노원·서초·중랑구 등 54곳에 그쳤다. 결국 동네 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양성이 나오면 다시 보건소를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정부의 방역·의료체계가 수시로 바뀌고 일반환자들과의 동선까지 신경써야하는 탓에 추가로 참여할 동네 병·의원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대문구의 한 가정의학과 개원의는 “좁은 공간에서 일반 환자와 확진자가 함께 있으면 코로나19를 전파할지 모르는 우려가 있다”며 “특히 가정의학과는 코로나19 집중관리군인 노인들이나 기저질환자가 많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부 환자들은 2달치 약을 미리 처방해달라는 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확산의 정점에 대비, 체계적인 동네 병·의원 참여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코로나19 진료에 필요한 물품 지원 및 명확한 진료 지침 등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코로나19 진료 및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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