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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인공은 나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글로벌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로, 이 회사는 씨티그룹으로부터 지난해 12월8일 `매도` 투자의견을 제시 받은 뒤 지금까지 두 달이 조금 안되는 기간 동안 주가가 289달러선에서 617달러까지 무려 113% 이상 급등했다.
앞서 지난해 8월부터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늘어난 시중 유동성으로 인해 화폐가치가 떨어질 것에 대비해 비트코인으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실제 이 회사 마이클 세일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깔고 앉아있는 현금(가치)이 계속 녹아내리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마구 풀어낸 유동성 때문에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 때 실질가치가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5억달러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던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이 중 절반 정도인 2억5000만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한데 이어 며칠 지나지 않아 또다시 1억7500만달러 어치 비트코인을 샀다. 보유현금의 80% 이상을 비트코인에 투자한 셈이다. 급기야 이 회사는 비트코인 투자를 더 늘리겠다며 12월9일에 총 6억5000만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찍어서 조달한 자금으로 비트코인을 더 사들였다. 총 10억달러(원화 약 1조1200억원) 이상을 비트코인에 쏟아부은 것.
씨티그룹이 이 회사 투자의견을 종전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한 것은 바로 이 같은 발표 때문이었다. 타일러 래드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첫 투자 넉 달만에 2억5000만달러를 벌어들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비트코인 수익률에 대해 “인상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 기간 중 주가는 172%나 올랐는데,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 가격이 언제든 떨어질 수 있는 만큼)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낙관론이 과도하게 반영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이 무색하게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100% 이상 추가로 뛰었고,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주가도 덩달아 뛰었다. 심지어 비트코인 가격 조정이 시작된 1월 중순부터도 주가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시장 내 유동성이 얼마나 풍부한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도 애초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4억달러 어치 CB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이 CB를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발행규모를 6억5000달러로 늘렸다. 개인을 제외하고 기관투자가들에게만 판매한 이 CB가 이처럼 인기를 모았다는 건, 투자자들도 이 기업이 비트코인에 투자했을 때 오히려 더 큰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세일러 CEO도 비트코인 투자에 더욱 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있었던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그는 “우리가 투자한 비트코인을 계속 보유하면서 추가로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을 비트코인에 꾸준히 투자할 것”이라며 “아울러 전반적인 경영전략의 일환으로도 추가로 비트코인을 매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