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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에 20만원? 기꺼이'…'화이트데이'에 웃는 호텔업계

박성의 기자I 2018.03.09 16:00:45

그랜드 힐튼·콘래드 서울 등 유명 호텔
1인 기준 10만~15만원대 프로모션 연이어 선봬
적지 않은 가격에도…2030 고객 문의 多
전문가 "경기 불황에 베블런 효과 발생"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지난해 하반기 한 대기업에 취직한 최선후(30) 씨. 월급봉투를 받는 직장인이 된 이후 여자친구와 첫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지난주 서울 한 유명호텔에 저녁 식사를 예약했다. 가격은 2인 기준 20만원. 케이크와 꽃다발을 포함해 총 30만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갔다.

최씨는 “학생 신분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사치다. ‘헛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특별한 날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친구들과 술 몇 번 먹을 것 참고 돈을 쓰는 것이기에 과한 지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랜드 힐튼 서울의 화이트데이 로맨스 갈라 디너 이미지 (시진=그랜드 힐튼)
경기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소비심리가 가라앉고 있지만, 호텔업계의 ‘럭셔리 마케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화이트데이를 맞아 서울시내 특급호텔들이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디너 프로모션을 선뵌 가운데, 2030세대(20~30대) 소비자들의 예약문의도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그랜드 힐튼 서울은 오는 14일 오후 6시부터 ‘화이트데이 로맨스 갈라 디너’를 선보인다. 그랜드 힐튼 서울의 ‘에이트리움 카페’에서 진행하는 프로모션은 베이컨과 간장 소스를 올린 오이스터 오븐구이, 와인 소스로 조리한 한우 안심 구이, 석류를 곁들인 시저 샐러드 등을 화이트데이 스페셜 코스요리로 제공한다. 커플에에게는 테이크 아웃 미니 케이크를 별도로 증정한다. 가격은 1인 기준 10만원(세금 및 봉사료 포함)이다.

콘래드 서울은 오는 14일 야경을 즐길 수 있는 37 그릴에서 화이트데이 디너 프로모션을 선보인다. 특히 37 그릴의 ‘View 1’ 공간은 코너에 위치해 한강과 서울 전경을 180도로 조망할 수 있다. 참치 타르타르와 송로버섯 애피타이저, 한우 스테이크 그리고 달콤한 아이보리 초콜릿 무스 케익으로 마무리하는 ‘37 그릴 특별 코스 메뉴’ 또는 상큼한 망고를 곁들인 마리네이드 랍스터, 파마산 퐁듀, 한우 스테이크 그리고 그녀를 위한 오팔리스 초콜릿 무스로 구성된 ‘아트리오 특별 코스 메뉴’가 준비된다. 1인 기준 아트리오 가격은 9만5000원, 37그릴 14만5000원이다.

메이필드 호텔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라페스타’는 오는 14일 화이트데이를 맞아 오후 7시부터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과 파스타 뷔페를 선보이는 ‘화이트 버블(White Bubble)’ 와인디너를 진행한다. 이태리 지역색을 담은 이색 파스타들로 구성한 뷔페와 스페인산 최상급 돼지고기 요리 이베리코 스테이크를 메인요리로 제공한다. 요리와 함께 즐기는 이태리 대표 와이너리 파네세 그룹에서 만든 다섯 종류의 스파클링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가격은 1인 기준 10만원.

할인가를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가격대다. 그럼에도 예약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호텔 업계 전언이다.

호텔 한 관계자는 “단순 가격만 보면 비싸보일 수 있지만 조용한 둘 만의 공간과 품격있는 식사를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지출할만한 가치가 있다”며 “(나이가 많은 고객뿐 아니라) 20대의 젊은 고객들 문의도 꽤 많이 있었다. 예약이 이미 꽉 찬 상황”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기 불황에 ‘베블런 효과’(상품의 효용 가치가 아니라, 과시를 위해 소비하는 현상)가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기 불황처럼 주변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일수록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된 집단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경향은 더 강화된다”며 “지출을 통해 자신의 경제력과 형편이 남들과는 구분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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