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인하대 성폭행 피해자 예뻐요?” 도 넘은 익명 누리꾼들

송혜수 기자I 2022.07.18 15:24:20

유족·학교 측, 2차 가해 법적 대응 예고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인하대학교 여대생 성폭행 사망사건 관련, 온라인상에서 피해자 사진을 찾거나 신상을 묻는 등의 도 넘은 2차 가해가 이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인하대 캠퍼스 건물 계단에 설치된 폴리스라인. (사진=연합뉴스)
18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하대 사망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의 사진 및 신상을 묻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 가운데 일부는 “피해자가 예쁘다고 들었다” “예쁜지 궁금하다” “피해자 SNS 계정 아는 사람 있냐” 등의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이들은 사건의 책임을 피해자에게로 돌리는 듯한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들은 숨진 피해자를 향해 왜 새벽까지 술을 마셨느냐면서 “도대체 여자 혼자서 왜 돌아다니냐” “밤늦게 술 마시고 돌아다니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치안 1위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변을 당하나” “(피해자) 최초 발견한 사람 부럽다” 등의 상식을 벗어난 내용을 적었다.

이 밖에도 인하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한 재학생이 “여기서 그나마 가장 나은 시나리오는 서로 합의로 사랑 나누다가 창문에서 떨어졌다는 것”이라며 “그래야 학교 명예가 그나마 유지될 거로 본다”라고 적어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해당 재학생은 글에서 “최악은 강제로 (성폭행) 시도하다가 반항하면서 투신한 거다”라며 “이미 언론에서 관심받아서 회복할 명예가 있나 싶기도 하다”라고 근거없는 주장을 펼쳤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이 와중에 학교 명예를 찾나” “너무 역겨워서 못 읽겠다” “사람이 죽었는데 명예가 무슨 말이냐” “범죄를 덮으려는 것이냐” “두 눈을 의심했다” “이런 글엔 욕도 아깝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

인하대 여대생 성폭행 사망사건 관련, 피해자 사진을 찾거나 신상을 묻는 등 도 넘는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네이버 캡처)
앞서 사건 발생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가해자로 추정된다며 한 남성의 신상정보가 여과 없이 공개돼 한 차례 논란을 빚었다. 관련 글에서는 ‘인하대 강간살인범’이라며 한 남성의 사진과 이름, 휴대전화 번호, 개인 SNS 계정 등이 속속 올라왔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확실치 않은 정보가 확산하는 데 대한 우려를 표하는 입장과 신상정보를 공개해도 마땅하다는 입장이 나뉜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누리꾼은 피해자 신상이나 보호하라는 의견을 냈다.

계속된 도 넘은 2차 가해에 유족과 학교 측은 ‘공동대응TF’를 구성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학교 게시판을 통해 “현재 언론보도 및 온라인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비윤리적 보도 및 확인되지 않은 사실, 악의적인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피해 학생에 대한 2차 가해를 다루는 체계적인 제보 접수 채널을 운영하고, 법적인 방안을 통해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교 징계와 별개로 형사상의 조치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라며 “현재 가해자가 기소 예정인데, 기소 후 엄벌 탄원서 제출 등의 방법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시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모(20)씨는 지난 17일 준강간치사죄로 구속됐다. 인천지법 영장전담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라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을 부인했다. 이에 경찰은 정확한 범죄 혐의 적용을 위해 추가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만약 김씨의 고의성이 확인되면 준강간살인으로 죄명을 바꾼다는 방침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