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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요식행위로 끝나고 만 분양권 합동단속

원다연 기자I 2016.06.23 16:00:35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중개업소라면 단속반이 뜬다고 문을 닫지는 않았을 겁니다. 직접 적발하지는 못했지만 불법 거래가 이뤄지지도 않고 있으니 예방은 한 셈이죠.”

아파트 분양권 불법거래 현장 점검에 나선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의 말이다.

국토부는 지난 21일부터 서울 강남구 개포동과 위례신도시, 하남 미사지구, 부산에서 아파트 모델하우스와 공인중개사무소 등을 대상으로 분양권 불법 전매 단속을 벌였다. 전매 제한 기간에도 분양권 웃돈 거래 등이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문제는 국토부가 불시가 아닌 공개 점검에 나섰다는 점이다. 부동산 중개업소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불법 거래의 증거를 정리할 수 있는 여유와 거래 당사자들에게 ‘행동 강령’을 당부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부와 지자체 공무원 50여명으로 이뤄진 합동단속반이 현장에 나갔을 때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자취를 감춘 것은 물론 일반 부동산중개업소까지도 아예 문을 걸어 잠근 상태였다. 상황은 국토부가 현장 점검 지역 대상으로 삼은 4곳 이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일부 지역에선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린 단지까지도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권 시세를 묻는 기자에게 오히려 “지금 거래를 하려는 거냐”고 되물었다. 인근의 또다른 공인중개사는 “지금은 단속이 심해 거래할 물량도 많이 없고 다운계약서를 쓰기도 어렵다”며 “매수할 생각이 있으면 한달 정도 기다리라”고 말했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분양권 불법 거래 단속이 잠시 소란스럽다 지나갈 바람이라고 보고 있었던 것이다.

국토부의 현장 점검은 23일로 마무리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장 점검은 원래 지자체의 업무”라며 “합동단속까지 나서면서 정부의 분양권 불법 거래 단속에 대한 의지가 시장에 전달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분양권 불법 거래 단속 활동이 애초부터 3일간의 ‘보여주기 행정’이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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