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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청록·그린…'청정수소 생산' 기술 확보에 잰걸음

박순엽 기자I 2021.12.14 17:06:22

SK가스, 청록수소 제조 기술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
㈜두산 '그린수소 생산', SK이노 'CCS 상용화' 연구
청정수소 생산 기술, 친환경 수소경제 이행에 필수
"자체 수소 생산 기술 확보 중요…정부 투자 필요"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수소경제 핵심으로 꼽히는 청정수소 생산을 향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청정수소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글로벌 기업들과 수소경제 패권 다툼에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의 경우 청정수소 생산 필수요소인 재생에너지 기반이 약해 국내 기업들은 해외 기업 인수,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블루·청록·그린 등 청정수소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나선 것이 특징이다.

SK가스가 청록수소 제조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씨제로(C-Zero)사에 대한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SK가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가스는 최근 청록수소 제조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스타트업 씨제로(C-Zero)에 투자했다. 청록수소는 천연가스 열분해(Methane Pyrolysis) 기술을 활용해 만든 수소로,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청정수소로 분류된다.

씨제로는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를 고온 반응기에 주입한 뒤 촉매와 반응시켜 수소와 고체 탄소로 분해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이 과정에서 생산된 수소가 청록수소다. SK가스는 해당 기술과 기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접목해 청정수소 생산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수소’를 점찍은 다른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두산은 그린수소 생산의 핵심 기술인 ‘수전해 기술’ 확보에 나섰다.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한 수소를 말한다.

두산은 국내 연구기관들과 함께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 실증단지 조성’ 업무협약(MOU)을 맺고 그린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할 기술 기반을 마련 중이다. 나아가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마치면 두 가지 기술을 엮어 수소를 생산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 밖에도 SK㈜는 세계 최초로 청록수소 상업화에 성공한 미국 모놀리스(Monolith)와 내년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석유공사와 블루수소 생산 기반인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 상용화를 위해 본격적인 연구를 벌이고 있는 상태다.

SK이노베이션과 한국석유공사의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 상용화 연구에 활용되는 동해가스전 (사진=SK이노베이션)
이처럼 기업들이 청정수소 생산 기술 확보에 연이어 나서고 있는 건 청정수소가 친환경 수소경제를 이루기 위한 핵심이기 때문이다. 수소가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에너지원이 되기 위해선 탄소 배출 없는 생산 체제 구축이 필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청정수소 생산 기술은 해외와 격차가 큰 상황이다. 산업연구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소 생산 분야 원천기술 수준은 62.5점으로 미국(100), 독일(97.5), 일본(96.7)과 비교해 낮다. 후발 주자라고 평가받는 중국(63.3)에도 조금 뒤져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직접 인수, 연구·개발 등의 방식으로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업계에선 수소 산업 생태계가 활용 분야에 치중돼 있다며 생산 등 분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소 경제 관련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비중에서도 ‘활용’이 52%를 차지한 반면, ‘생산’과 ‘인프라’는 각각 23%, 13%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경제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에너지 자립인 만큼 자체적인 수소 생산 기술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제대로 된 수소경제를 이루기 위해선 가치사슬 전반의 고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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